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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돌며
소소한,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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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수필
Aug 25. 2025
와우! 집 근처에 공원이 있다는 걸,
그렇게나 원했던 흙길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좋던지.
작은 워킹 파크다.
말 그대로 맨발 걷기 길을 조성해 놓은 곳이다.
논두렁 밭두렁으로 가던 산책길 코스가 공원으로 바뀌었다.
원으로 이어진 길을 한 바퀴 돌면 850보 정도 된다.
보통 8~10바퀴 정도 돌았다.
요즘은 맨발로 걷기 때문에 조금 천천히 걸었더니 천보 정도 된다.
맨발로 걸을 때는 7바퀴를 돈다.
나의 걷기 정보를 누구도 묻지 않았는데 왜 이리 상세하게 주절대는지.ㅎㅎ
작은 공원이라 길의 폭이 넓지 않다.
어른 서너 명이 나란히 걸으면 길이 답답해져 버린다.
오늘도 여인네 네 명이 길을 차지하고 나란히 걷고 있다.
그건 그런대로 괜찮다.
내가 그들 뒤를 다소곳이 따르거나
잠깐만요, 그러면서 재바르게 추월하면 되니까.
그런데 같은 방향이 아니라 길을 막으면서 마주 올 때는 조금 성질이 난다.
아, 어쩌란 말이냐.
사진: 이영환 작가
서울 사는 아들네 갔다가 가까이 있는 석촌호수에 간 적이 있다.
석촌호수는 겁나 아름답고 길 또한 넓었다.
사람들은 거의 입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갔다.
물론 처음부터 그걸 간파할 만큼 나는 섬세하지 못하다.
아무 생각 없이 왼쪽 방향으로 걸었다.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가기 싫다는 무의식의 발로였을지도.
(이쯤에서 꼭 등장하는 남편)
아니나 다를까 뭐라고 했다.
"딴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걸어가는데."
"왜? 공원 도는 방향이 정해졌어? 남들 한다고 따라 해야 해?"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잖아."
그때는 남 먼저 생각하는 남편이, 융통성 없는 남편이 답답했다.
"난 창의적 인간이라 남 따라 하기 싫어."
그때 나를 창의적이라 말했던 시건방을 반성한다.
요즘 나는 남이야 아랑곳없이 나란히, 나란히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그 창의적인 여인네들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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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꽃을 세우다> 수필과 소설을 씁니다. 짧지만 따뜻한 글을 통해 돋을볕처럼 비추는, 바람처럼 흔드는, 비처럼 젖어드는 글 세상으로 함께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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