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대한 기록들
나는 내가 영원히 교복을 입고 교정을 거닐 줄 알았다. 어린 나는 '어른이 된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미래는 좀처럼 상상이 가질 않았다. 사실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당시의 나는 하루하루 죽어나갔다. 매일 아침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절망을 느꼈다. 그렇게 역설적인 삶을 이어갔다.
인생이 너무 길다. 누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 생각을 그 당시의 나는 잘도 했다. 인생이 너무나 길어서. 삶이 무거워서. 청춘이라는 아름다운 포장지로 꾸밀 기억이 좀처럼 없어서. 게임의 장면들을 스킵하듯 시계의 시침을 빠르게 돌리고 싶었다. 그도 아니면 그냥 이 끔찍한 시간이 그대로 박제되어 버리길 바랐다. 마치 같은 문장만을 반복하는 망가진 라디오처럼. 영원히 그 잔혹한 순간에 갇히기를.
그러나 시간은 잔인할 정도로 공평하고 삶은 내 생각보다 더욱 비정했다. 어느새 20살이 되었다. 법적으로 성인이라고 분류되는 나이가 되었다. 손에 들린 졸업장은 가벼웠다. 그 종이 한 장이 나를 네버랜드에서 추방시켰다. 내 인생은 동화가 아니었다. 아름답고 포근한 문장들은 내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스운 고백을 하자면 난 내 인생의 주인이었던 적이 딱히 없다. 나는 많지 않은 선택지들에서 늘 도망을 골랐다. 그러나 흔히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그건 불행하게도 진실이자 진리였다. 그걸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낭떠러지를 뒤에 두고 서자 그제서야 흐릿한 시야가, 초점이 돌아왔다.
꿈 같은, 어쩌면 거짓말 같은 인생을 살았다. 부끄럽고 찌질하며 하찮은 삶. 이 글은 고해성사도, 참회록이나 반성문도 아니다. 내 글은 그런 숭고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글은 오롯이 '나'를 위한 기록이다. 작가도, 독자도 '나'인 글. 그러니까 이건 나를 향한 고발이자, 연서이자, 역사다.
지금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20살이 오기 전에 죽겠다 생각하던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온전하지는 않지만 삶을 탐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까 미래의 내가 조금 덜 불행하며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