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박밍아웃(박사과정에 진학 하고 싶다) 뒤 그녀의 성화가 뒤따랐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박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나 자신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연히 아내를 설득하는 것은 그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번듯한 직장을 잘 다니고 있으면서 왜 갑자기 박사를 하겠다는 것이냐, 박사가 돈 벌어다 주냐, 애기가 돌도 안 되었고 둘째도 낳기로 했는데 육아는 나 혼자 하라는 거냐, 등록금은 어떻게 마련할 거냐?
아내의 반응은 애기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즉, 내가 예상했던 반응이었기 때문에 나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박사를 왜 하고 싶은 건지, 돈을 벌어다 주는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이미 나 자신을 설득할 때 명확해졌기 때문에 설득력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육아였다.
우리 부부는 6개월 된 아들이 있다. 애기 키우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아들이 생기기 전보다 우리의 행복도가 무척 올라가 있다. 아들을 키우며 자연스레 딸도 낳고 싶어졌다. 둘째도 갖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박사 과정에 진학하겠다고? 나의 박밍아웃은 아내로서는 당황도 되고 서운하기도 하고 했을 폭탄발언이었던 것이다.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직장을 다니고 박사과정을 하면서도 육아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평일은 지금 하듯이 육아와 집안일에 대한 업무분장을 따르기로 했다. 주말 중 토요일은 내가 공부에 전념하고 일요일은 독박 육아를 하겠다고 했다. 반대로 와이프는 토요일에 독박 육아를 하고 일요일에는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난 직후나 육아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기간에는 휴학을 불사하겠다고 했다. 우선은 이런 식으로 일단락이 되었다.
설득이 100% 된 것은 아니지만, 아내는 그래도 내가 지원하기 전에 부부간 상의할 시간을 수개월 이상 가질 수 있게 미리 얘기 꺼낸 것이 고맙다고 했다. 나도 다소 비현실적(?)인 나의 꿈을 아내가 어느 정도라도 공감을 해줘서 고마웠다. 내 느낌으로는 약 50% 정도 설득이 된 것 같다. 앞으로 한 달에 10%씩만 더 설득하면 100% 설득이 완료된 채로 박사 과정에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