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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Aug 02. 2023

콩국물 없는 콩국수 요리

귀차니스트 미니멀 요리

한 여름이다.

아침부터 햇살이 뜨겁다.

공기도 후텁지근하다.

온수 세탁 끝난 후 세탁 통 속처럼 후끈하다.

차 시동을 걸 때 계기판 온도를 보면 31도 혹은

그 보다 높을 때도 자주 있다.

매미는 목이 찢어져라 울어댄다.


매미들은 어디에 숨어서 그렇게 울어대는지...

도시에서 자라 자연과 리 가깝지 않아 굳이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바퀴벌레인지 매미인지 분간 못하고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체가 무엇이든 비명을  내지르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런 여름엔 입맛도 없다

무엇보다 씹는 것이 싫어진다.

그냥 잘 넘어가는 음식만 찾게 된다.

콩국수

더위에 지쳤을 때 먹기 좋은 듯

콩물을 사 와서, 역시 사 온 소면을 끓이면 된다.

그러나 콩물이 없다

오이도 없다.

대신

그저께 마트에서 산 순두부가 있다.

여러 개를 묶어 팔기에 한 꾸러미, 다섯 개 묶음을 담아왔다.

한 봉지는 순두부로 해서 먹었다.

아직 네 봉지가 남았다.

오이는 없지만 수박이 있다.

수박을 콩국수에 넣겠다는 것은 아니고 수박 외피 속 하얀 껍질 부분을 활용하겠다.


두부로 콩국수 한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다.

그렇다면 순두부가 더 적당하지 않을까?

콩국물로 변신하기에는...


필요한 도구는 냄비, 채반, 블렌더, 소면기

요리 재료는 소면, 팽이버섯, 토마토, 수박 껍질, 콩가루, 소금

팽이버섯은 밀가루 섭취를 줄여주며 영양적으로도 우수하다.



깊숙이 넣어둔 블렌더를 꺼낸다.

요리 시작

1. 냄비에 물을 끓이고

2. 소면, 팽이버섯을 넣어 끓인다.

3. 익은 소면과 버섯을 찬 물에 헹궈 물을 뺀다.

4. 블렌더에 순두부 한 봉지를 통째로 붓는다

5. 소금 한 꼬집 투척

6. 블렌더 작동

7. 소면을 그릇에 담는다.

8. 블렌더에 믹싱 된 순두부를 붓는다.

9. 토마토, 수박 껍질 채, 콩가루를 얹어준다.

10. 먹는다


처음엔 의심을 했다.

먹을 수 있을까?

한 입 먹는 순간 완벽한 콩국수였다.

적어도 내 입맛에는...

오이가 없어서 수박 껍질을 채 썰어 넣었다.

시원하고 맛있다.

냉동실에 있는 콩가루를 꺼내어 얹어준다

냉동실은 블랙홀이라고도 하지만 그 블랙홀 속에서 의외의 식재료들이 발견된다.

미지의 세계임에는 틀림없다.


시간 날 때마다 냉장실과 냉동실을 정리하거나 잠깐씩 문을 열고 노려만 보아도 창의력이 좋아진다.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메뉴들이  오른다.

적당한 허기가 창의력을 배가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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