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지붕집 만장이 Dec 10. 2023

세상을 배우다

머리가 쉬고 싶을 땐 각종 멍을 때려봅니다.


어항 속 물고기들이 유유히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물멍도 좋고

쌀쌀한 날씨 장작불 피워놓고  타닥타닥 타는 불꽃을 바라보는 불멍도 좋지만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바람에 떠밀려 가는 걸 바라보는  구멍도 좋고


어지러운 벽지무늬를 보며 미로 찾기하고 있는 벽멍도 좋지요

때론 아파트 놀이터에서 산책 나온 강아지들 구경하며 때리는 멍멍.

집에서 즐기는 야옹씨들 구경하는 냥멍

가사가 없는 연주음악을 틀어놓고 선율에 몸을 맡기고 듣는 음멍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테이블 위에 음식을 먹고 있는 식멍


이렇게 찾다 보면 도대체 생각은 언제 하냐 싶기도 하네요. 하루종일 멍만 때리고 있으니까요

뿐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멍을 때릴 땐 편하고 쉴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마음이 자랄 수 있는 계기가 없는 것이 단점이겠네요


이런 얘길 하는 것은 어제오늘 마음이 쓰이는 스트레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만만한 사람들에게 관대하지 않아요

고양이가 싸울 때 털을 세우고 꼬리를 두툼하게 만드는 것처럼 내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도처에 있는 맹수들이  물어뜯지 않지요

마음을 열 때도 활짝 열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열어야 되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마음을 흠뻑 쏟아도 착한 나의 절친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깨닫게 되기도 했고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것만 보며 달리는 인생도 지치는데 무례한 사람들과는 인연을

끊어버리려 합니다.



세상 살기란 미느냐 밀리느냐의 문제입니다.

오늘도 한 계단 올라섰다고 생각하면 낭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값진 경험이라 생각하며 먼지를 털어내듯 툭툭 털어내 봅니다.


나는 매일 조금씩 자랍니다.

웃다가도 자라고 울다가도 자랍니다.

하지만 피하면 자랄 수 없어요. 세상을 등지고 숨어있는다고

영원히 피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전 오늘을 사랑합니다.


내일의 우산을 준비하는 이유는

오늘 만끽한 평온함이 아니라

오늘 내린 거센 비 때문이 다라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다시 시작되는 월요일준비 잘하시고 평안한 밤 되시길요.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