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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종근 Jun 27. 2022

왜 '구태여' 쓰는가

언젠가 속으로 몰래 다짐했다.

어려운 말 쓰는 사람 흉보지 말고 똑똑한 사람 되겠노라고.

거룩한 다짐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말 쓰는 사람'이라니.

살면서, 배우면서 보고 듣는 게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그런 말들을 쓰는 사람을 두고

유난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사실 체득한 표현의 자연스러운 구사이든, 으스대기 위함이듯 결국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대상을 잃은 실체 없는 미움은 부정하려 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고약한 열등감은 나조차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바꾸려 손가락을 까딱인다.

가끔 '구태여'라는 말을 쓰는데, 진짜 구태여 쓰는 '구태여'다.

짧은 글을 쓸 때 '굳이'를 썼다가 지우고 '구태여'를 쓰고 남몰래 뿌듯해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구태여'가 어려운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게 참 웃긴 것이다.

내 딴에 보았을 때 조금 '있어 보인다'며 정성 들여 고른 그런 말들,

'그러지 말아야지'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내가 쓴 글을 돌려보기 민망할 때가 많다.


김풍 아저씨가 침착맨의 방송에 나와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중학생 때까지 '어렵다'와 '쉽다'의 의미를 반대로 알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멀지 않은 최근까지 '사흘'과 '나흘'이 똑같은 '4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떤 말은 어렵고 또 쉽고?

혹시 몰라 사전 페이지를 켜 두고 이 글을 쓰는 것은 또 떳떳한 일인가?

노파심에 화면 좌상단에 '맞춤법 검사'를 누르는 모습은 또 어떤가?


가끔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장에 끄적이곤 했는데,

이젠 길든 짧든 형식이 어떻든 이렇게 정리해보려 한다.

결국 여기도 '남의 눈에 비친 나'의 글을 보는 사람이 있기에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결심하고 갈기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기에...

좋아하는 영화든 음악이든 가끔 가다 책이든, 아님 그냥 이런 매일이든


일기처럼 다 쏟아놓기로 한다.

이곳에서만큼은 솔직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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