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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서 Aug 28. 2022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뿌듯함! 오늘 아침에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의 이름은 바로 뿌듯함입니다!"

- 극 중 우영우(박은빈)



 처음에 놀랐던 것은 당연하게도 '박은빈(우영우 역)'의 자폐인 연기였다. 그냥 어벙한 사람처럼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자폐인이 행동하는 것처럼 디테일한 연기력이 돋보였다. 그러면서도 박은빈의 바가지(?) 헤어스타일이나 외모가 워낙 귀여운 매력이 있어서,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부각된 것 같다. 천재 자폐인이 변호사가 된다는 설정 자체가 지금까지는 시도된 적 없는 신선함이었다.


 드라마는 자폐인의 '성장' 서사를 주요 포인트로 다룬다. 각각의 사건 에피소드나 로맨스, 우정, 다툼, 역차별에 대한 현실적인 시선 등은 모두 자폐인이 사회에 나오면서 마주해야 하는 위험들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다. 자폐인은 변호도, 연애도,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 속 차별적인 편견을 가진 인물들을 지켜보는 시청자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주종혁(권민우 역)'은 '권모술수'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일종의 악역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 악역을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게, 장애인을 대하는 현실 속 사람들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특별 대우에 불만 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이들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차별과 혐오가 큰 문제로 대두되는 현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역차별'과도 맞닿아있다. 


 우영우도 이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스스로도 '부정취업'이라고 인정했고,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 전에도, 자폐인으로서 변호인을 맡으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큰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사건들을 마주하며, 스스로 반성하고 성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을 밝혀 사회 정의를 실현할지, 의뢰인의 이익에만 집중할 지와 같은 고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고민 등은 우영우의 성장을 완성시켰다.


  '봄날의 햇살' 하윤경(최수연 역)도 눈에 띄었다. 드라마의 초반, 뒤에서는 권민우와 함께 우영우에 대해서 뒷담을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을 귀찮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역시 어찌보면 자폐인과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은근슬쩍 챙겨주긴 하지만, 흔히 알려진 '츤데레'가 아니라, 마지못해 도와주는 느낌이었다. '우당탕탕'과 '권모술수'처럼 자신에게 별명을 지어달라는 최수연은 '봄날의 햇살'이라는 대답을 들은 시점부터 완전히 그녀의 편, 조력자로 바뀌었다. 자폐인답게 매우 순수하고, 문학적인 표현이었다. 이 대답은 평소 우영우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 후에 최수연은 우영우 성적에 아무 로펌에도 못 갔던 게 비리, 차별이라며 말그대로 '핵사이다' 발언을 한다. 그녀도 한 때 일종의 '악역'같은 면모가 있었지만, 입체적인 인물답게 온전히 '봄날의 햇살'이 되었다.


 첫 화와 마지막화 장면들이 많이 비교되었다. 성장을 다룬 서사답게 수미상관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첫 출근 때,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커다란 고래 1마리만이 자신과 함께 갔다면, 마지막화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고래카' 장면에서 만났던 고래들과 함께 했다. 그만큼 많은 사건을 겪으며 우영우가 변호사로서도, 사회초년생으로서도 크게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회사 입구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혼자 회전문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첫 화에서 이준호의 도움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이후에 연습하면서도 혼자 넘어갈 수는 없었다. 마치 아기가 첫 걸음을 떼는 것을 본 것처럼, 남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회전문을 우영우가 드디어 넘어서고, 혼자 자립할 수 있게 성장한 것이다. 이 때 그녀는 형용하지 못하던 자신의 감정을 '뿌듯함'이라고 정의했다. 1년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된 국내 최초 자폐인 변호사는, 점차 성장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뿌듯하다고 느꼈다.


 논란도 많았고, 후반으로 갈수록 극적 반전과 재미가 떨어졌다며 용두사미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극의 초반에 '약속'한 것을 끝에서도 완벽하게 보여줬기에 더할 나위 없는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메시지 자체가 매우 신선하면서도 매력있고, 또 이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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