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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스 Jul 29. 2022

26세에 간질은 완치되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간질로 인하여 세상과 단절되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지냈던 나에게 어느 순간, 의문이 찾아왔다.

“나만 혼자서 지내는 것 같아서 뭔가 이상해. 아무리 길을 돌아다녀도 친구가 생기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것도 이상하네. 왜 나만 그렇지?”


복지관에서 만나거나 길에서 스치는 사람들에게서 듣는 말이 쌓여가면서 내가 세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왜 그렇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렇게 되자 나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방법을 바꿔야 하겠어.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 되는 것 같고 혼자 지내는 것도 너무 힘드니까 누군가의 바지라도 붙잡아서 도와달라고 하면 되겠지?”

나는 이 생각이 들게 되자, 며칠 지나지 않아서 시청의 자원봉사센터를 찾아가게 되었다.


외로움과 동시에, 가장 급한 것이 친구 만들기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다 공무원은 시민을 위한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가장 먼저 보인 건물이 자원봉사센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때 마침 간질도 완치 판정을 받으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러 다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나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이렇게 자원봉사센터를 찾아가게 되자 나는 담당 직원에게 요청하였다.

“저는 친구 만들려고 왔는데요. 제 또래들이 있는 자원봉사 단체가 있나요?”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담당 직원은 그러한 단체에 나를 가입시켜주었다. 드디어 친구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좋지 않은 말이 나돌았다.

“쟤는 자원봉사가 아니라 친구나 찾으러 왔다지?”

“자기밖에 모르면서 무식하기까지 하냐? 어찌 저런 인간이 다 있냐?”

“자기 혼자서만 열심히 하는 줄 아는가 보네. 저 인간 때문에 탈퇴하고 싶다.”


사실 처음 이 단체에 가입할 때부터 문제였다. 자원봉사 단체라면 자원봉사가 주된 것이어야 하는데, 대뜸 친구 찾으러 왔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여기에다 나만 생각하면서 무식한 말과 행동을 하다 보니 사람들과 많이 부딪혔다.

이는 이후 다른 모임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로서는 나만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모임도 얼마 안 되어 탈퇴하고 말았다.


이렇게 여러 모임에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구직 활동하였다. 그런데 나는 머리를 다쳤기에 오랫동안 직장이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멀쩡했기에 사람들은 “너는 왜 직장을 안 구하냐?”라면서 짜증을 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의 생각이 아닌 타인의 의견에 맞춰서 구직활동을 하였다.

그들은 내가 어떠한 상태였는지 몰랐다. 여기에 대하여 나는 많이 억울했지만, 나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많았기에 나의 사정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어쨌든 나는 구직활동을 했지만, 한동안 취직을 못 한 상태로 있었다. 그러던 중에 다행히도 부모님이 나서서 나를 직업개발원에 입학시켰고, 그곳에서 나를 알선하여 29세에 처음으로 취직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취직하자 사람들은

“너는 지금까지 뭘 했기에 이제 첫 직장이냐?”, “그 나이가 되어서 아는 것이 왜 이리도 없냐?”

라고 말하며 무시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조직 생활에 생소했던 나였기에 서투른 모습을 자주 보였고 여러 어려움 속에서 몇 달 안 되어 퇴사하고 말았다. 이는 이후에도 몇 번 반복되었고 현 직장을 구할 때까지 떠돌이 생활을 하며 지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이 너무 싫었고 당시에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럴 사람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멀쩡한 사람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울감이 극에 달하게 되었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이때 현실의 냉혹함을 처절하게 경험하였다. 도저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것만 같았다.


이것은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 너무 큰물에서 놀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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