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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스 Jul 31. 2022

성장이 필수였던 나, 성장의 기쁨을 찾아내다

한때 극단적인 생각에 내몰렸던 나는 운이 좋았던 것일까. 다행히도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울한 상황이 계속되자 “계속 우울하게 사는 것이 맞나?”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의문은 “어차피 살아야 한다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후 나는 극단적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구제해주는 사이트를 찾아 위안받았다.

이렇게 하여 나의 심리는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이후에는 “정말 나에게는 부정적인 순간만 있었나.”라고 생각하면서 많은 상황을 되돌아보기 시작하였다.


애당초 나는 간질이 있던 기간 동안 공부도 못했고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배워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그만큼 뒤처지다 보니 막상 사람들을 대면하다 보면 부정적인 말이 많이 나왔고 자연스레 의기소침해졌다.


언젠가 단체로 재활원 봉사를 하러 간 날의 일이다. 나와 친해졌던 어린 장애아동이 종이에 글을 적더니 내가 보여달라고 해도 도망가면서 안 보여주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때 나는 계속 그 아이를 따라가면서 보여달라고 하였고 결국에는 그 아이가 짜증을 내었다.

“안 된다고 했잖아요. 자꾸 왜 이러세요. 이제 선생님은 싫어요.”

이때 옆에 있는 동료 봉사자가 한마디 하였다.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자꾸 그러시니까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거예요.”


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간 날도 그랬다.

면접원이 “ㅇ 씨는 잘하는 것이 뭐죠? 이력서에 적혀 있는 것이 없네요. 그래도 나이가 어리면 받아줄 수 있는데, 그것도 아니고…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릴 때나 구직활동을 할 때나 계속 부정적인 말들이 나왔다. 그러자 한동안은 세상이 나만 미워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봉사자들끼리 모인 장소에서 고문 역할을 하는 어른 한 분이 전체 봉사자들을 질타하였다. “너희들은 아기들만 업고 다니면 그것이 봉사의 전부인 줄 아냐? 시 예산을 지원받아 봉사하는 단체가 회의도 대충 하고, 봉사자 교육도 없고…”

이때 나는 한 가지를 느꼈다. “나만 잘못한다면서 혼나는 것이 아니구나.”


또 다른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날씨가 매우 더웠는데 야외에서 아이들과 공차기 놀이 봉사하였다. 그러자 봉사자 중 많은 사람은 그늘에서 쉬고자 하였고 일부 사람들만 공차기하였다. 그때 나도 쉬고 싶은 마음은 많았으나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차기하였다.


그러자 아이들과 동료 봉사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선생님 덕분에 오늘 잘 놀았어요.”, “다음에도 저와 같이 놀아요.”

“날씨도 더운데 수고 많이 했어. 이전에는 아이들과 잘 못 어울리는 것 같았는데 이제 잘하네.”


사실 나는 봉사를 하면서도 사람과의 관계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봉사 대상자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전보다 조금 좋아진 모습에 사람들의 반응이 좋게 나오자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좋아지니까 사람들이 칭찬하네?”

“내가 조금이라도 잘하면 그것이 나에게 보상과 기쁨으로 돌아오는구나.”


“앗, 그렇다면… 성장이 답이구나! 내가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사람들이 좋게 반응하고 내 가치도 올라가는 것이었어. 이번에는 내가 잘했으니까 잘한 만큼 얻은 거야. 공부도 마찬가지겠지? 더 잘하면 잘하는 만큼 내가 잘될 거야.”


이때부터 내가 잘하면 내 인생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때까지는 머리로만 이런 생각이 들었기에 행동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이전에도 칭찬을 못 받아본 것은 아니었다. 복지관을 다니면서 컴퓨터 기초 교육받았을 때나, 그것을 토대로 간단한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도 칭찬받았다. 그러나 그때는 위와 같은 판단을 하지 못하였다. 그만큼 무감각했다.


어쨌든 이러한 것을 깨닫게 되자 이후에는 내가 부족한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면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타인을 상대할 때 상대방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보았고, 그동안 못 가봤던 곳을 많이 다니면서 새로운 문화를 익혀 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공부할 때도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 것은 내가 스스로 찾아 독학하면서 배워나갔다.


이러한 것이 이어지자 나의 능력은 쌓여갔고 주변에서의 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성장으로 인하여 느끼게 되는 기쁨은 날이 갈수록 많아졌다.


한때 우울함으로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렸던 내가 성장의 기쁨을 찾아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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