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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Oct 21. 2024

그래도 너였다. 제05화.

지우가 아이돌 생활을 했을 때부터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팬 미팅도 왔었던 오래된 팬이면서 그녀와 연애를 했을 때에 그녀에게서 마음이 돌아선 팬덤과 원래부터 존재했던 안티 팬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면서 열렬히 사랑해 줬던 남편을 저버리기에는 양심에 걸렸다.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자신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좋아했던 첫사랑, 정우 오빠 이후로는 현재의 남편을 포함해서 그 어떠한 남자도 사랑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정우와 사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만나기만 하면 모든 시름이 사라지고 행복해졌다. 콘서트장에 가면 크게 울리는 음악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소리의 파동 때문에 가슴이 크게 뛰어서 기분이 좋아지곤 했는 데에 지우가 정우를 만날 때에는 그런 것이 없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만 같이 마시면서 수다를 떨기만 해도 워터밤 축제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그가 속한 그룹의 앨범에서 수록된 곡들 중에서 정우의 파트에 포함된 가사와 목소리 그리고 댄스 퍼포먼스를 보면 다른 잘난 멤버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그에게만 눈이 갔다. 시간을 되돌려서 만약에 그와 잘 되어본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니까 마음이나 양심의 가책에 대한 생각보다 정우를 연모하는 마음에 다시 누군가가 불을 지핀 듯이 피어올랐다. 나지막이 지우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나는... 나쁜 년이야.”     

그러다가 두 번째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생겼다.


  바로 정우의 현재의 아내라고 하는 송우기라는 여성에 대해서였다. 정우 오빠가 아이돌 생활을 청산하고 연예계를 은퇴한 이후에 누군가와 결혼을 했을 거라는 것을 짐작했지만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라는 생각과 비록 자신과 이어지지 못했지만 좋은 여성을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성공해보지 못한 첫사랑이 다른 여자에게 수십 년 간에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스킨십을 하며 둘을 닮은 자녀를 낳았을 걸 상상하니까 부러움과 질투심 그리고 첫사랑을 오랜 세월 동안에 돌봐준 그녀에게 감사함 등에 대한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어서 너무 괴로워졌다. 


그리고 그 괴로움은 송우기에 대한 궁금증과 열등감으로 이어졌다. 지우는 약 70여 곡의 노래와 그에 포함된 안무를 외우고 폭발적인 예능감으로 사랑을 받아왔지만 자신의 학력이 고등학교에서 그쳤다는 것에 대해서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일류 대학교와 그의 부속 대학원에서 물리학과 기계공학부를 복수 전공해서 박사 학위를 2개를 가지고 있다니 대학교 생활 4년과 대략 대학원에서 4~6년 정도의 시간과 몇천만 원의 학비를 감당해 내면서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대기업들과 협업을 해서 소형 타임머신을 개발했다는 사실에 우기라는 여성이 자신보다 뛰어난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우 오빠를 나에게 양보한다는 말에 궁금증이 생기는 동시에 사랑하고 정이 든 이성을 다른 여자에게 양보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점에서 마음의 경계심이 풀어졌다. 지우가 가진 우기에 대한 열등감은 어느새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녀를 잠시나마 미워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과 미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휴대 전화기 속에 저장된 동영상들을 보고 그중에서 정우와 우기 부부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갤러리 폴더를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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