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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Nov 14. 2024

그래도 너였다. 제07화.

갤러리 안에 수많은 동영상들이 있어서 숫자로 따지면 5번이나 80번과 같은 무작위적인 숫자도 방금 전에 본 동영상의 ‘다음 동영상’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우기가 이 동영상을 정리했다면 아무리 스마트폰 안에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동영상이 있어도 처음 보는 사람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동영상들의 순서를 배치했을 것이 분명했다. 지우는 우기를 믿고 곧바로 다음 순번의 동영상을 재생했다. 이번에도 화면에 등장한 건 우기였다.


  “... 위스퍼드에 대해서 설명을 더 해드릴게요. <풀 메탈 패닉>이라는 라이트 노벨에서 나오는 위스퍼드는 ‘속삭임을 듣는 자’를 말해요. 미래에 존재하는 기술에 대한 시청각적인 정보를 제 뇌로 전달받을 수 있죠. 미래에서 저에게 정보를 주는 사람을 저는 위스퍼 즉, ‘속삭이는 자’라고 불러요. 저에게 정보를 주는 사람이 경고하길 먼 미래에 위스퍼가 살고 있던 시대에 소형 타임머신이 개발되면서 원래의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들이 여러 번이 있었다고 해요.”


  “아, 그러니까 위스퍼는 미래에서 정보를 주는 사람이고, 위스퍼드는 미래에서 정보를 전달받는 사람인 거구나.”


  지우가 혼잣말을 한다. 이번 동영상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미래에서 정보를 전달해 주는 위스퍼가 정보를 전달할 때에 본래의 역사에서, 그러니까 누군가에게도 개입받지 않은 맨 첫 번째의 역사에서는 정우와 지우가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우기는 미래에서 전달받는 소형 타임머신의 기술을 전달받을 수 있는 초능력은 있지만 그 기술이 오남용이 될까 봐서 걱정이 되어서 머릿속으로만 그 정보를 간직하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역사를 바꿔서 우기가 소형 타임머신을 만들도록 유도했고 그러다가 보니까 미래에 존재하는 위스퍼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우기와 지우 그리고 정우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도 역사가 계속해서 바뀌면서 원래라면 하나의 역사만 존재했어야 하는 데에 여러 개의 역사로 쪼개지면서 지구의 역사만 바뀐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역사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고 위협을 느낀 고도로 발달된 문명의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서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한 적도 있고 이 때문에 가족들을 전부 잃은 한 과학자가 극단주의 테러 조직을 결성해서 우주의 역사를 계속 수정해서 우주의 시작점인 약 138억 년 전에 발생한 것을 추정되는 빅뱅, 즉 우주 대폭발이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시간을 계속 되돌리려는 계획을 세웠고 그것을 시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공간의 특이점이 정적인 상태로 우리 우주가 아예 닫힌 우주가 되어서 그 어떠한 지적인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아서 인류도, 고도로 발달된 외계인도 없는 우주 그 어디에서도 ‘전쟁과 살생이 없는 무(無)의 세계’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기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 그러니까 미래의 위스퍼가 저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고 지우 씨에게 두 가지를 부탁했어요. 첫째, 최초의 역사처럼 지우와 정우 씨가 서로를 사랑하고 결혼할 것. 그리고 둘째, 과거의 저에게 소형 타임머신을 개발하지 않도록 설득해줘야 해요. 저와 반대되는 세력에서 지우 씨나 정우 오빠한테 무슨 짓을 할지를 알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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