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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Nov 21. 2024

그래도 너였다. 제09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신원미상의 남자가 정신 질환을 앓고 치료를 받지 않은 채로 장기 방치가 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미래에 존재하는 극단 테러 조직의 사주를 받은 정신이상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사람의 등장으로 어쩌면 타임머신이 실제로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에는 자신이 열렬히 사랑하는 아내를 해치려고 한다는 사실이 최정우 부부의 말들에 대한 정확성을 올려주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우리를 도우려고 한다는 사실에는 믿음이 갔다. 필승은 남자를 밀쳐서 제압했다. 


남자가 벗어나려고 한다. 힘이 장사다. 동생이 헬스 좀 하라고 할 때에 해놓을 걸 자신만의 안전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도 포함되어 있었던 거라면 분명히 호신술이라도 배웠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남자와 싸우면서 아내 김지우에게 소리쳤다.


  “지우야! 우선 도망쳐서 스마트 폰으로 어떻게든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지금 시대의 우기 박사를 찾아봐!”


  “안 돼! 오빠. 우선 경찰에 신고하고...”


  “너 나 죽을 때까지 말을 안 들을래? 이 놈, 힘이 보통이 아니야. 빨리 가!”


  “아.. 알았어! 오빠 무조건 싸우지 말고 도망쳐야 돼.”


  지우는 정우가 전해주었던 핸드폰을 백팩에 넣고 오른쪽 손목에 차고 있는 S-워치를 통해서 경찰서와 병원에 지금의 위치 정보를 보내고 전자 손목시계에 연결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위급 상황 정도를 ‘최상’으로 설정해서 보냈다. 남편이 걱정된 지우는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서 올라가 상황을 다시 확인해보려고 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인 필승이 항상 위기 부부끼리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에 남편이 시간을 벌고 아내가 먼저 자리를 피한 뒤에 경찰과 구급 대원에게 연락을 취하기로 약 5차례 정도를 연습했었다. 필승의 말에 따르면 여자에게 습격을 당하면 비교적 쉽게 막을 수 있지만 만약에 남성에게 공격을 받으면 최악의 경우에는 남편이 죽고 아내가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필승은 생각했다. 


차라리 둘 중에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다면 둘 다 피해를 입는 것보다 한 명이 피해를 감내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만약 피해 사건이 발생해서 부부 둘 다, 특히 남편으로써 아내가 능욕이나 살해를 당한다면 그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서 아무리 혼자가 피해를 입더라도 그 이후에 따라오는 고통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얼마나 클지 또 얼마나 후회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편 지우는 생각했다. 그 공격적인 남성이 자신의 위치를 두 장소나 알아냈다는 건 우기 박사가 미래에서 정보를 전달받은 것처럼 그 남자에게도 자신의 위치 정보를 전달해 주는 누군가가 존재하거나 위치 정보를 역추적할 수 있는 물건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였다. 그때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정우 오빠의 스마트 폰이다!”


가방에서 다시 최정우의 휴대 전화기를 꺼내서 위치 정보 버튼을 꺼버렸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택시비가 많이 나와도 좋으니까 계속 이동해 달라고 했다. 구의역에 도착하면 왕십리역에, 왕십리역에 도착하면 답십리역으로 가달라고 기사님에게 부탁드렸다. 택시 기사는 이 여자 손님의 최종 목적지가 자신이 퇴근할 장소로 가기 전에 새로운 손님을 찾아서 태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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