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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Nov 25. 2024

그래도 너였다. 제10화.

 약 20분쯤 정도가 흘렀을까? 지우는 스마트 폰에 레트로 구형 이어폰을 꽂고 다시 맨 마지막으로 봤던 동영상의 다음 순번에 영상을 재생했다. 60대 정도로 보이는 외모의 송우기 박사가 다시 등장했다.


  “지우 씨, 잘 들어요. 우선 지우 씨와 동시대에 있는 저를 찾아야 돼요. 그때 당시에 저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공과대학의 연구실 중 한 곳에서 매일 밤 10시까지 연구 중이었어요. 연구실은 여러 개지만 그때 당시에 밤 열 시까지 있던 사람은 저 하나밖에 없어요. 그리로 가서 저에게 정우 오빠의 스마트폰을, 그러니까 소형 타임머신과 그 안에 있는 동영상 그리고 오늘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예상은 할 수 있어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았을 거예요. 그 일들을 모두 설명해 줘요. 우선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의 공과대학으로 가세요.”


  김지우는 동영상을 멈추고 기사님께 서울대학교로 가달라고 말한다. 그 와중에 남편인 필승에게 연락한다. 다행히도 필승이 전화를 받는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 긴장감이 풀리면서 눈물이 나오고 눈물을 참으려다 보니까 목소리가 떨린다.


  “... 오빠? 많이 다쳤지? 괜찮아?”


  “지우야, 아니 자기야. 걱정하지 마. 망치로 맞아서 왼손의 엄지손가락이 부러지긴 했는 데에 건물 안을 순찰하시던 경비원 아저씨를 보고 녀석이 도망쳤어? 자기는 어때?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 데에 혹시 다친 데는 없지? 지금 어디야? 너무 보고 싶어.”


  “나는 안 다쳤어. 오빠, 혹시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지만 정우 오빠, 아니 정우 씨는 어떻게 되었어?”


  “내가 감정이 상할까 봐서 걱정했구나. 걱정 마. 이제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달았으니까 이성으로 최대한 질투하지 않도록 할게. 정우 씨라면 자동차 사고의 충격으로 잠시 기절했을 뿐이고 갈비뼈가 살짝 금이 갔대. 그러니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시간만 더 주어지면 무사히 깨어날 거래.”


  “다행이다. 나는 지금 40대의 우기 씨를 만나러 왔어. 이 스마트폰을 전달해 주고 사정을 설명해 준 다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게.”


“아냐, 오늘은 우기 씨한테 부탁해서 둘이 같이 있어. 남편 둘이 전부 부상을 입었고 경찰 말로는 그 정신 나간 녀석은 아직 안 잡혔고 그 남자의 목표는 아무래도 지우, 너인 거 같으니까... 오히려 우리가 만나면 미행을 당해서 우리 집의 주소까지 알아낼지도 몰라. 최대한 빨리 우기 씨에게 일을 맡기고 가까운 호텔에 가서 우기 씨가 허락하면 같은 방에서 묵고 내일 봐.”


 “고마워. 오빠. 역시 오빠가 최고야!”


 “내가 이 맛에 자기 남편으로 살고 있지. 할 일도 있고 우기 씨랑 할 말도 많을 테니까 이만 끊어.”


 “응, 내일 봐!”


 “손님, 도착했어요!”


  택시 기사님의 말씀을 듣고 지우가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택시비를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보너스로 십만 원 정도로 지불하였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내려서 학생들에게 물어서 공과대학의 위치를 찾았고 건물을 순찰 중이시던 경비원 분께서 송우기 박사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매일 이 시간에 공과대학에 남아있는 여성은 그녀뿐이라고 말하면서 기억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셨다. 지우는 복도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연구실을 찾아서 들어갔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로만 만들어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송우기 박사를 쉽지 않게 말날 수 있었다. 그녀는 분홍색 웨이브 파마를 한 머리에 하얀 연구복을 입고 있었다. 지우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송우기 박사님 맞으시죠?” 


  “... 누구시죠? 초면인 것 같은데 저를 어떻게 송우기 박사로 유추하셨나요?”


  “...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저는, 오래전부터는 아니지만 오늘 아침부터 우기 박사님을 알게 된 김지우라고 합니다. 우기 박사님의 남편인 최정우 씨의 지인이에요. 우선 이 스마트폰 속에 영상을 봐주시겠어요? 박사님이 개발하신 타임머신이에요!”


  “... 네? 타임머신이요? 제가 현재 그쪽을 연구하는 중이긴 한데... 특별한 이유로 저 밖에 모르는 연구 기밀인데- 어떻게 아셨죠? 이 기종은 처음 보는 기계인데요.”


  “우선 보세요. 그럼 이해하실 거예요. 제가 시간을 드릴 테니까 천천히 보세요.”


  송박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보고는 김지우에게 말을 건넸다. 


  “그럼 제가 환청을 듣는 게 적어도 정신 질환 때문은 아니었던 거네요? 제 망상이라고만 생각했는 데에 말이죠.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자신이 미래인이라고 주장하는 위스퍼(Whisper)라는 사람을 통해서 첨단 기술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고 있어요. 이게 양방향 통신이 아니라 단방향으로만 정보가 일방적으로 오고 또 정보가 제가 원할 때 오는 게 아니라 제가 강의를 하고 있을 때나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오다 보니까 많이 당혹스러웠거든요.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물리학이나 수학 공부를 하다가 처음에는 정신 착란증에 걸린 걸로 확신했었다가 제가 미래에서 얻은 블랙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만든 논문이나 기계들이 실제로 작동하는 걸 보면서 많이 혼란스러웠거든요. ‘위스퍼’가 저를 도와줄 사람을 보내준다고는 했지만 그게 언제인지를 지난 2년 동안에 아무런 이야기를 안 해줬거든요.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왜 미래의 저는 직접 저에게 타임머신을 주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 중에 지우 씨를 통해서 기계를 전달하게끔 시켰는지 모르겠네요.”


  “아! 그건 제가 다른 동영상에서 봤는 데에 원래의 우주에 역사에서는 저랑 정우 오빠랑 결혼하고, 우기 씨는 제 남편인 이필승과 결혼했어야 했다고 미래의 박사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우 오빠와 저를 통해서 송박사님께 이 기계를 전달해야 된다고 위스퍼가 그것만이 극단 테러주의자들로부터 우리 우주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더라고요. 외계인들도 타임머신만 개발하지 않았으면 우주의 역사가 계속 바뀌게 되는 것도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구에 생명체가 있었는지도 몰라서 쳐들어오지 않았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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