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관한 고찰
10년간의 블로그 운영, 난 무엇을 한 걸까?
2008년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처음으로 개설했다. 당시에는 블로그라는 것이 생소한 시대였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싸이월드”와 “네이트온”과 같은 서비스들이 온라인에서 더욱더 유명하던 시대, 블로그 서비스라는 것을 접하고 사이트를 개설했었다.
“2008 - 2022 : 블로그에 글을 쓰다."
벌써 2022년이 되었다. 2008년에 시작한 블로그를 지금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나름대로 “1일 1포스팅” 원칙을 세우고 수년간 꾸준히 운영을 해오고 있다.
2008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잘한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글재주도 없던 때였다. 지금도 글재주는 다른 메이저 작가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법 글을 쓰는 것에는 익숙해졌다.
“2008년 : 블로그의 시작”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블로그를 개설만 해두었지, 제대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 처음에 블로그를 개설한 의도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했던 것인데, 글쓰기 초보자가 블로그를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글 애드센스의 승인 기준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시기였기에 애드센스 승인을 받을 수 있었고, 블로그에 부착할 수는 있었다. 물론,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았던 것은 비밀도 아니다.
당시에는 영어공부를 하면서 “해외 펜팔”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해외에 있는 온라인 친구들이 조금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만난 해외 친구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소개를 해주는 것 정도로, 블로그를 운영했었는데, 당시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사용했던 서비스는 티스토리로 한국어로 운영되는 서비스였던지라, 해외에서의 유입이 많지 않았다. 일일이 링크를 하나하나 친구들에게 소개해줘야 들어올 수 있었고, 언어의 장벽으로 댓글을 달면서 소통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블로그에 영어로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쉬운 일은 아니었던지라, 처음에 몇 번 글을 써 보다가 결국, 블로그를 방치했다.
“2011 - 2012 :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다.”
한동안 블로그를 방치해두었다가 다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블로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부터였다. 2011년 운이 좋게도 편입시험을 통과하면서 지방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첫 학기가 끝나고 대학생으로서의 방학을 맞이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원래대로라면,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소위 말하는 스펙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학원에 갈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던 때였던지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블로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정리해서 하나씩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온라인에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때는 지금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이 소통하듯이, 블로그를 통해서 소통하는 사람들이 많던 시대였던지라, 서로 소통을 주고받는 재미도 있었다.
“이적생의 이야기”라는 소설 같은 수필을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많은 댓글과 응원을 받았다. 당시에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면서 이런 글을 사람들이 읽어줄까 하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이 때부터 글쓰기에 재미를 더 들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2013 : 취업, 그리고 우수 블로거 선정”
2012년 “이적생의 이야기”라는 수필을 연재하고 난 후, 티스토리에서 우수 블로그 제도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당시 글의 반응이 제법 좋았어서, 우수 블로그 선정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우수 블로그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2013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게 되었다.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드디어 돈을 쓰는 입장에서 돈을 버는 입장이 되다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월급을 받고, 돈이 생기니, 사진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블로거들은 블로그에 멋진 사진을 올리는데, 당시 개인적으로는 그런 카메라도 없었거니와 사진 보정을 할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사진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같은 학교 선배로부터 1일 특강으로 사진에 대한 내용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사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내용과 보정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전수받았는데, 이때, 전수받은 기초를 활용해서 수년간 사진을 찍고 보정하다 보니, 사진작가만큼의 사진을 다루지는 못하지만, 못 봐줄 정도의 사진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사진에 대한 기본을 습득하고, 조리개, 셔터, ISO 등을 설정할 수 있는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구입하게 된 카메라는 “리코 GR”이라는 모델로 아마추어가 사용하기에는 DSLR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의 하이엔트 카메라였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식당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밥을 먹는 김에 구입한 “리코 GR”로 사진을 찍고 다니면서, 틈틈이 사진을 보정하고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1일 1포스팅의 원칙을 세우고, 진행하게 된 것은 사실 2013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나만의 원칙을 세우고 꾸준히 글과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더니, 2013년 12월 처음으로 “우수 블로그”에 선정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수상 분야”였는데, “여행” 분야였던 점이다. 그때까지 사실, 여행은 한 번도 다녀온 적도 없는 여행 초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행 분야의 파워블로거에 선정이 되니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2014 - 2015 : 3년 연속 우수 블로그 선정”
기대하지도 않았던 우수 블로그에 선정이 되고 나니, 블로그를 운영하는 동기부여가 더욱더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2013년 수상의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전까지의 우수 블로그의 경우에는 소정의 기념품을 주었는데, 2013년에는 하나의 기념품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듣기로는 그 당시에 다음에서 티스토리를 계속해서 존치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수 블로그에 선정이 되고 나니, 글을 쓰는데 보다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에 “여행 분야” 우수 블로거로 선정이 되었으니, 2014년부터는 여행도 좀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이후부터는 기존에 하던 대로, 방문하는 곳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하면서 블로그를 꾸준히 관리했다. 여행을 다녀오고, 여행지에 관한 글을 쓰고, 사진을 정리해서 올리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2014년에도, 2015년에도 우수 블로거로 선정이 될 수 있었다.
“2016년 : 부지러너 선정”
2016년에도 같은 스타일로 블로그를 운영했다. 크게 다를 것 없이, 기존에 해오던 대로 글을 쓰고, 사진을 업로드했다.
또,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영어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직업적인 부분을 살려서 “영어 공부”에 관한 글을 쓰기도 했다는 것인데, 기존에는 간단하게 원래의 블로그에 글을 업데이트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영어 공부”에 관한 글을 올리는 블로그를 따로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조치는 단순했다. 당장 블로그를 통해서 방문자가 나오지는 않더라도, 영어 공부에 관한 글만 한 곳에서 모아서 볼 수 있으니, 방문자가 원하는 글을 찾고 검색하기에 좋기 때문이었다. (티스토리 검색은 아쉬운 점이 많아서, 여러 개의 주제의 글을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는 검색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렇게 2016년에도 꾸준히 많은 글을 업데이트를 했더니, 무난하게 수상할 수 있었다. 단, 작년과 차이가 있는 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파워블로거”가 여러 곳에서 논란이 되면서 네이버와 다음에서 더 이상 “우수 블로그” 제도를 운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티스토리에서는 아쉬움에 다른 이름으로 수상을 해주었는데, 당시 운영하고 있던 2개의 블로그는 모두 “부지러너” 분야에서 수상했다.
“2017 - 2019 : 글쓰기 스타일에 대한 고찰”
그 이후에도 블로그에 글은 꾸준히 올렸다. 1일 1포스팅을 원칙으로 그 이상의 글을 써서 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12,000명 이상은 계속해서 나왔으니, 부러울 것도 없었다.
블로그로 구글 애드센스로만 한 달에 수익을 1,200달러를 벌기도 했다. 블로그만 운영해서 생활할 수는 없는 정도의 수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일과 병행하면서 한다면, 제법 괜찮은 부수입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더 많이 버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만큼이 한계였다.)
같은 작업을 수년간 하다 보니, 기계처럼 글을 쓰고, 사진을 보정하게 되었다. 나름의 스타일을 정해두고, 그 틀 안에서만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글을 쓰는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블로그를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글을 잘 쓴다거나, 깊이 있는 글을 쓴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100점짜리의 글이 아니라, 80점짜리의 글을 빠르게 여러 개 써 내려가는 그런 B급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더 가치 있고, 정제된 글을 쓰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쓰기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약 2014년에서 2016년까지 구축된 스타일은 “만연체”에 가까웠다.
글을 쓸 때, 객관적인 정보 등에 기반을 한다기보다는 개인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서만 길게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글을 작성했다. 글에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당시에는 그 스타일이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후에 돌아보니, 글이 너무 길고, 장황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같은 단어와 문장을 반복하는 것도 잦았다. 특히나, 개인적인 생각이나 느낌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불필요한 내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듯했다.
또한 당시에 느꼈던 생각으로는 어차피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정보”에 중점을 둘 뿐이지, 블로그를 운영하고 글을 쓴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새롭게 글을 쓰는 스타일을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부터는 보다 더 객관적인 정보를 활용하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느낌을 배제하는 쪽으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작성해두었던 아쉬움이 있었던 글을 다시 재정비해서 새롭게 작성하기도 하는 등의 작업을 하면서 다시 블로그를 정비했다.
“2020 - 2021 : 자리비움”
2020년과 2021년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블로그는 한동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또한, 티스토리에서는 기존의 에디터를 버리고, 새로운 에디터의 시대가 열렸는데, 새로운 에디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기존에는 티스토리 블로그라고 하더라도 글을 부지런히 잘 쓰면, 네이버에서도 상위 노출이 잘 되었다.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아쉬움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 에디터로 업데이트하고 난 이후에는 더 이상 글을 써도 네이버에서 거의 노출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있어서, 어느 정도 개인적인 상황이 해결된 이후에 다시 복귀해서 글을 쓰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오기도 한다.
“플랫폼 선택의 실수일까? 나는 무엇을 한 걸까?”
소위 말하는 “현타”는 갑자기 찾아왔다. 예전에는 부지런히 글을 쓰면 티스토리 블로거임에도 검색엔진에서 상위권에 노출될 수 있었다. 특히, 국내의 경우에는 “네이버”의 유입이 90% 정도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데, 네이버에서 유입이 잘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네이버에서의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음”에서는 검색이 잘 되니, 다음에서는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현실은 다음에서 검색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유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구글에서의 유입이 다음에서의 유입보다 훨씬 더 많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예전에 알고 지냈던 다른 블로거들은 어떨까 하고 돌아보니, 티스토리에 기반하고 있는 블로거들 모두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
반면, 네이버에 기반을 둔 블로거들은 여전히 높은 방문자수를 기록하고 있으면서, “인플루언서”라는 시스템을 도입해서 오히려 더 잘 나간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갑자기 찾아오는 현타는 막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방문자수는 낮아지고, 더 이상 블로그를 통한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시 티스토리 블로거들에게 영광(?)의 시대가 찾아올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스토리는 개인적인 청춘이 담겨있는 역사적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티스토리 블로그는 계속해서 “1일 1포스팅”을 이어나갈 것 같다.
동시에 “글쓰기”에 대한 고찰도 이어나가야 할 것 같다.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쓸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이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이어져야 할 것 같은 시기다.
글쓰기를 10년 넘게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해온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플랫폼을 잘못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실력을 더 키우고 쌓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반성과 고찰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