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플랫폼 생각법_애플
구글에 ‘What are infrastructure platforms?’라고 검색하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상단에 나오는 걸 보니 가장 공신력있는 검색 결과일터. 핵심만 번역해보면 “인프라 플랫폼은 개발자들을 위해 자신들의 솔루션을 개발하는 환경과 호스팅하는 환경적 요소를 제공 및 관리해주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합니다. 시장 플랫폼이나 광장플랫폼과 달리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인프라 플랫폼도 이름에 걸맞게 플랫폼의 기본원칙이 모두 잘 적용되고 있습니다.
2007년 ‘모바일 혁명’이전 PC영역에서와 달리 모바일 플랫폼은 매우 개방적이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플랫폼을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기기를 판매할 때 무료로 함께 제공됩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와 iOS를 제공하는 구글과 애플은 지속적으로 OS를 업그레이드하고 앱스토어를 통해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구와 가이드를 제공하며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아마존의 FBA처럼 생각하면 되죠.
스마트폰의 가치가 보다 많은 어플이 사용되어야 상승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모바일 플랫폼에는 개발자(판매자)와 사용자라는 양면시장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규모를 키우는 것이 모바일 플랫폼 운영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WS나 MS Azure는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일반적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경험한 클라우드는 스토리지 서비스로 한정되어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스토리지,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넘어서 개발 환경 그 자체를 제공하고, 서드파티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마켓플레이스까지 제공하는 완전한 플랫폼입니다.
애플은 특수합니다. 애플은 대표적인 제조기업으로 인식되지만 실상은 플랫폼 기업입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면서 폐쇄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왕국을 건설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이 세상에 ‘모바일 혁명’을 불러온 애플의 이야기입니다.
아이폰 이전에도 모바일 기기는 존재했습니다. 블랙베리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블랙베리는 첫 아이폰 발표 자리에서 스티브잡스의 혁신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쓸 만하지 않은 모바일 기기’의 상징으로 활용됩니다. 애플의 첫 아이폰 출시 목표는 ‘쓸 만한’ 수준의 모바일 기기 고객경험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사용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하드웨어인 아이폰과 모바일 플랫폼은 iOS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앱스토어의 탄생
아이폰이 시장에 출시되고 1년 후 2008년에 앱스토어가 탄생합니다. 누구든 애플의 기준을 통과한다면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 사용자에게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모바일 플랫폼 위에서 수많은 어플의 탄생은 PC의 모든 기능을 모바일로 옮겨올 수 있었고, 그 결과 모바일 환경은 PC 환경을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이로운 경험, 아이폰
iOS와 빈틈없이 맞아 떨어지는 모바일 기기를 직접 만들어내며 애플은 사용자에게 경이로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합니다. 비싼 기기를 구매해야만 접근 가능한 iOS라는 독특한 모습의 모바일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사용자 경험은 현재도 약 7억 명의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애플의 모바일 플랫폼 경험을 지속하고 싶도록 만들었습니다.
애플은 ‘차원이 다른 고객경험’이라는 애플의 추구가치를 지키는 방법으로 폐쇄라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그 덕에 시장에서 다른 모바일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었고,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었습니다. 구글은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선택합니다. 전형적인 모바일 플랫폼을 성립시킨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OS만 제공하고 하드웨어는 다른 기업에 맡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을 모두 만드는 전략을 고수합니다. 오픈마켓이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이지만 품질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마존이 FBA라는 도구를 판매자에게 암묵적으로 강요하듯 애플은 애플이 만든 기기 없이는 자신들의 모바일 플랫폼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합니다.
이렇게 애플은 ‘폐쇄적 플랫폼’이라는 유일무이한 개념을 만들어내면서 ‘개방 → 규모→ 독점’의 수순을 밟는 플랫폼의 본질을 소비자와의 관계의 가장 첫 단계부터 거부한 것입니다.
애플이 제공하는 최고의 플랫폼 도구, iOS
하지만 애플은 그만큼 참여자들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플랫폼 도구를 제공합니다. 바로 iOS라는 모바일 운영체제 그 자체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iOS가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은 그 어느 스마트폰보다 훌륭하기 때문에 아이폰이 선택된 것입니다.
아이패드가 등장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기의 등장이 아닙니다. 개발자와 소비자들은 이미 아이폰에서 경험한 것들을 아이패드에서 다시 경험하면서 아무런 부담 없이 새로운 디바이스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경험들은 애플워치, 애플 TV등 새로운 상품들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애플 생태계 중심에 자리한 ‘iOS’라는 엄청난 플랫폼 도구 덕분에 앞으로 애플이 차량을 포함한 어떤 디바이스를 내놓건 사용자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입니다.
개방을 통한 빠른 확장, 그리고 독과점. 플랫폼 경쟁의 공식이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는 애플이라는 아주 단단한 사과때문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습니다. 전체 모바일 시장의 25%라는 작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현재 애플에는 약 1,600만 명의 등록 개발자, 240만 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 7억 명의 아이폰 사용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소비의사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죠.
애플의 플랫폼이 영속성을 지닐 것이라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이 애플 플랫폼을 대상으로 먼저 개발한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개발사 입장에서 아이폰 유저 1명이 안드로이드 유저 4명과 비슷한 가치를 갖기 때문입니다. 즉 애플의 ARPU는 안드로이드의 4배입니다. 그만큼 애플 플랫폼은 매력적인 시장인 것입니다.
필자는 아이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애플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애정은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을 사용하게 될 때마다 입 밖으로 ‘오와!’라는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완벽한 iOS의 연동성과 엄청난 사용자 경험 덕분에 날로 커져만 갑니다. 그리고 이번 글을 정리하며 ‘아하!’했던 부분도 바로 iOS라는 완벽한 플랫폼 도구라는 것입니다.
iOS와 MacOS의 (거의)흠 잡을 수 없는 완결성은 애플 사용자 입장에서 ‘애플이 만드는 거라면 일단 믿고 쓸만 하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네, 책에서 말한 것처럼 ‘애플카’가 출시되어도 일단 믿고 탈 것 같습니다. 폐쇄적이지만 저와 같은 애플을 사랑하는 ‘플랫폼 참여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정말 그만큼 iOS라는 도구와 그 도구가 구동되는 완성도 높은 애플기기의 환상의 쿵짝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얻어갈 수 있는 핵심은 ‘인프라 플랫폼’도 ‘광장 플랫폼’이나 ‘시장 플랫폼’에서와 같이 결국 양면시장 참여자들에게 제공해주는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nfrastructure, 즉 ‘기반 시설’이라는 면에서 그 위에서 수많은 행위를 하는 참여자들이 얻을 수 있는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용자 경험’이었고, 스티브잡스는 그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애플 역시 성공적으로 플랫폼을 성립시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면서도 양면시장 참여자들의 역할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앱스토어와 iOS 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참여자들이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를 제공했을 뿐, 과거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누구보다 잘 만듦으로써 PC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더욱 쉽게 개발하고 소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것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랫폼’으로 시작한 기업이 아니며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효용성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양면시장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인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