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10-같은 엄마, 다른 엄마 (짧은 에세이적 소설)
엄마의 취향은 까다롭고 종잡을 수 없다.
좋게 말하면- 섬세하고 미적감각과 미각이 훌륭하지만
불편하게 말하면- 예민하고 민감하다.
물론 그 안에는 딸을 걱정하는 마음, 딸이 나의 분신 같아서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도 한 몫한다.
알지만 그래도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도 있다.
그래서 엄마를 만나기 전에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엄마가 하는 중얼거림을 여유 있게 모른 척할 준비.
엄마가 집요하게 물어보는 질문에 여유 있게 거짓말할 준비.
M: 왜 그렇게 비싼 커피를 마셔? 몇 모금 마시면 반이나 금방 사라지는 걸..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
진짜 비싼 값을 하려면 한 모금만 마셔도 절로 고개가 끄덕끄덕해야 하는데..
이거 원, 너무 쓰거나 - 너무 달달하기만 하다.
커피 한 모금에 잔소리 100배를 하는 엄마를 위해 나름 샷 추가, 시럽 1개 제거, 저지방 우유로
심혈을 기울여 커피 DIY 요청을 한 딸은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D: 엄마 - 여기 커피는 카페의 웰컴티 같은 거야. 그러니까 우린 커피숍 손님이라기보다.. 여기 이 공간을 커피값으로 산 거야. 이 정도면 근사한 작업실 아냐? 가성비 있고.
여기가 내가 주말마다 출근하는 곳이야. 암묵적으로 손님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커피숍 3층, 원목테이블에 특별히 오늘 내가 엄마를 초대한 거라고.
딸은 마치 따뜻한 '오늘의 커피'에 혀가 녹은 듯 쉴 새 없이 입술을 오물조물 댔다.
엄마에게 소개해주고 싶었어. 내가 마시는 커피, 내가 글을 쓰는 공간, 내가 사치스럽지 않게 시간을
가성비 있게 그리고 알차게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M: 근데, 이거 얼마냐?
엄마의 질문에 "몰라" 하고 케이크를 추가로 주문했다.
엄마 몰래 핸드폰 비대면 서비스로 결제했다.
엄마한테는 거짓말할 거다.
D: 엄마, 이거 처음 오는 손님에게 주는 웰컴 케이크래.
엄마는 내가 무슨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그치만 내가 작가라는 사실은 기뻐한다.
그리고 굳이 작가 필명을 캐묻지 않았다.
내 필명을 알려주는 건 여전히 망설여지지만, 아이러니하게
내가 글을 쓰는 공간을 공유하고 싶은게 딸의 마음.
엄마는 내마음을 알까?
엄마 딸인건 맞나보다.
나도 엄마 못지 않게 섬세하지만 예민하고 민감한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