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 #연작소설 #에세이적소설 #아이스와 핫을 동시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들끓는다.
식도에서부터 위장까지 오르락내리락 끓었다 식었다 하는 마음을 감당하기 힘들다.
흔히들 이 현상을 역류성 식도염이라 진단한다.
역류성 식도염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밥 먹고 바로 누운다거나, 탄산을 많이 먹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나는 열불이 나고 열 통이 터져 그런 것 같다.
우아하고 온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백조가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나도 직장생활을 그렇게 한다.
온탕으로 시작했지만 속은 열탕으로 갔다가, 갑자기 확 식어버리는 냉탕으로도 변한다.
그런 내 마음을 대변하듯 아침부터 내 양손에는
아이스커피와, 따뜻한 믹스커피, 페퍼민트 티가 들려있다.
열이 날 때 아이스로, 정신 똑바로 차릴 때 믹스로, 깔끔하게 매뉴얼대로 일을 할 때 필요한 페퍼민트 티.
8시간 동안 내가 오갈 온탕, 냉탕, 열탕의 마음을 준비하는 여러 종류의 커피와 티다.
카페인은 부수적인 걸 뿐.
교실 속 교사의 영혼을 비유하자면?
상태변화를 계속하는 얼음이자 물이자 수증기.
아침에 나는 아직 덜 깬 얼음,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하루를 보내겠다는 다짐으로 교실문을 연다. 메신저에 얼마나 많은 업무량이 쏟아졌을지 상상하며 때로는 비장하게 업무용 컴퓨터를 킨다.
점심이 다가올수록 물로 녹는다. 해가 하늘 끝에 뜰 때까지 교실 안에서
작고 소중한 공감, 칭찬,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과 함께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빠르게 증발하는 수증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오늘은-
"다 선생님 때문이잖아요! 내가 작업하던 슬라이드가 사라졌어요 “
네가 삭제버튼을 눌렀나 보구나. 내가 시간대별 기록을 찾아서 복구해 줄게.. 잠시
만! 을 외치기도 전에 나한테 계속 화를 내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머리에서 열이 올라온다.
예를 들어 과거엔-
“너 틀딱선생이라고 아냐?”라는 아이들끼리 하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을 때
스팀이 가열차게 박차를 가한다.
듣는 교사 서럽게.. 그런 유행어를 사장시키고 싶다.
그러다
수줍게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편지를 두고 간 아이들의
귀여움에
선생님 힘내세요!라고 내 맘을 알아채듯 응원해 주는 아이들의 예쁜 마음에
스팀이 가라앉기도 한다
가끔은
방과 후 학원에서 일어난 일이
방과 후 놀이터에서 일어난 일이
방과 후 자전거 도둑을 찾는 일이
모두 교사의 탓으로
교사의 학폭 업무로 밀려 들어올 땐
증.. 발. 하고 싶다.
학교에서 정신적으로 생명력을 잃고
쪼그라든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땐
너무 슬프다.
영화 엘리멘탈의 남자 주인공 웨이드처럼
증발되어 사라진 내 일부 영혼도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