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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Dec 09. 2024

#엄마15-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엄마15-같은 엄마, 다른 엄마(짧은 에세이적 소설) #엄마처럼살고싶어

지금은 기억이 많이 희석되고 흩어졌지만 결혼하기 전에 엄마랑 엄청 싸웠다.

그렇다고 지금 안 싸우는 건 아니지만, 그때는 한 지붕 아래 같이 살다 보니 부딪힐 일이 많았다.


서로 못 본 척, 모르는 척할 줄 알아야 했는데 우리는 너무 시시콜콜하게 접해 있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 나이의 자식들이 

60대 언저리 부모와 계속 같이 사는 건 애초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내가 이상한 거야? 아직도 엄마랑 싸우고 엄마를 미워하는 게?"라고 물었던 동생에게 말했다.


"아니, 정상이야. 그 나이에 부모랑 같이 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 부부도 30년 가까이 같이 사는 게 힘들다잖냐."


싸우면서 정이 드는 게 아니라 싸우면서 비수를 서로 꽂았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그래, 제-발 나처럼 살지 말아라! 그러라고 내가 널 이렇게 열심히 키웠다!"


흡사 모녀의 결투와 가까운 싸움은 해가 떠 있어도, 해가 져도 반복됐다. 


엄마의 삶에서 나는 희망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이 들까 봐 두렵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독립하기 전까지, 엄마의 삶이 행복해 보이지 않으면 화가 났다.


엄마는 내 과거가 아니라, 내 미래의 모습이니까.

엄마가 여유 있게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길 바랬다.

엄마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엄마의 표정에서, 목소리에서, 몸짓에서 가엾음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감당하기 힘든 엄마의 무지막지한 세월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못다 이룬 꿈을 한탄하며 살지 않았으면 했다.


결혼 후 10년이 지났을까.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내게 말했다. 


소리 지르고 울며 불며 싸웠던 그때의 엄마도 많이 노쇠했다. 

음식의 간이 잘 안 맞는다 그러고, 변비가 생긴다고 그러고, 무릎이 아프다고 그러고 

조용히 말없이 병원투어도 다니는 것 같다. 


그런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살 수 있는 기간이 10년 정도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더 잘 지내려고 노력할 거야. 남은 시간 즐겁게 살아야지"


엄마가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 게 좋았다. 

그러나 울컥했다.

10년이라니. 그것밖에 안 남은 걸까? 

엄마가 말한 수명은 '건강수명'이다. 


기대수명이 아니라 건강하게 엄마가 자립하고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건강수명을 말한다. 

엄마가 말한 시간이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이 되길 바라며 그녀를 응원한다.


그래서 

나 엄마처럼 살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노년의 삶에서 희망을 봐야 한다.

그렇게 나이 들까 봐 두려워하면 안 된다.

나는 우리들의 엄마들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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