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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ug 13. 2023

변하지 않는 시어머니

질투일까..

결혼한 지 23년째지만 필터 없는 문장을 내뱉길 좋아하는 시어머니가 참 많이도 불편하다. 이제 팔순이 훨씬 넘으셨는데도 여전히 그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남편에 비해 결코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지만(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것도 화가 난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그녀의 눈에 농사일은 물론이고 시골 문화도 잘 모르, 게다가 아들도 하나 낳지 않은 내가 참 많이 부족해 보였나 보다.


글로 옮기기도 민망한 거친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난 그래도 내 가족의 혈연이니 최선을 다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든 나를 질투하고 원망하는 그 마음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나 보다.


오랜만 한국 방문에 시댁을 갔고 역시나 대가족의 음식을 챙기느라 여자들은 부산 그중 한 가족은 밤늦게 떠났다. 다음 날 새벽에 또 한가족이 미리 잡힌 선약을 위해 떠났고 그들을 챙기고 배웅하느라 피곤했던 난 다시 잠들고 말았다.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잠탓인지 아침 준비하 잠깨기 힘들었나 보다. 도 그럴 것이 5시간을 채 못 잔 데다가 불편한 잠자리였으니..


하루 세끼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그녀에게 식구들을 먹일 아침식사 준비를 막내딸 혼자 하고 있는 모습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게 했에 틀림없다.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둘째 며느리가 아침상 준비를 하지 않고 이불속에 있는 모습을 알아차린 그녀가 <> 마루를 울리며 내가 자고 있는 방으로 왔다. 화가 난 듯 문을 촤~악 열고는 머리까지 덮고 있는 이불을 거칠게 배 아래까지 처럼 내렸다 다시 휘익 원래대로 덮으셨다. 이만하면 나오겠지 싶으셨는지 다시 <쿵쿵쿵> 돌아가신다.


뭐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역시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그리도 만만한 대상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계속 자는 척이라도 해버릴까 했지만 내 식구도 셋이나 있으니 털고 일어나 그날의 두 번째 아침상을 차린다.


세 가족이 없었지만 여전히 남은 아홉 명이 먹고 난 설거지는 산더미다. 설거지가 끝나고 시누 남편이 근교 놀러 가자고 한다. 답답한 시골집보단(난 캠핑도 좋아하고 시골도 너무 좋아하지만 시댁은 너무 힘들다) 밖이 훨씬 좋다.


함께 즐겁게 여기저기 구경하는데 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남편이 갑자기 본인 휴대폰을 분실한 것 같단다. 자기가 고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가방을 몇 번이나 뒤져도 보았지만 없었고 방을 내게 돌려주며 까 들렀던 카페로 가서 찾아보겠단다.


잃어버린 이는 남편인데 불똥이 갑자기 나한테 튄다. 아들이 휴대폰 찾느라 다시 차에 오르는 모습이 딱했는지 가방 안을 다시 잘 뒤져보라 종용하신다. 조그만 가방에 뒤질게 뭐 있다고..

"어머니, 가방 안엔 확실히 없네요.."


그러자 성큼성큼 다가오시더니 그 커다란 손을 내 가방에 쑤욱 집어넣고 휘휘 뒤지며 직접 찾아보신다.

"가방에 뭐가 이리 많!" 괜히 또 나한테 역정이시다.


내 가방에 뭘 넣고 다니 며느리 가방을 저렇게 마구 휘저어도 되는 건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화가 났지만 아무일 아닌듯 또 참아본다.


남편이 해맑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내가 그래도 그동안 살아왔나 보다. 카페 가서 휴대폰 단어만 말했는데 바로 찾아주시더라고. 바지가 좀 미끄러운 소재라 아까 앉았을 때 주머니에서 흘렀나 ."

남의 속도 모르고 싱글벙글 아주 신났다.


점심을 밖에서 먹을까 했지만 집에 남아있는 음식이 많아 집에서 먹기로 했다. 고기를 굽느라 불에 붙어 노라니 또 성큼성큼 다가와 뒤에서 내 윗옷을 갑자기 브라까지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으시고는 자리를 떠나신다.


이건 또 뭐지? 여름이라 옷이 좀 비치는 게 맘에 들지 않으셨던 걸까..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도대체 내가 얼마나 만만하길래 그런 행동을 하시는 걸까? 친정 엄마도 내 옷을 그렇게 함부로 들 올리신 적이 없는데..


다시 떠날 채비를 하니 어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내가 혼자 집에서 기다리는 건 딱 하나다. 자식들 전화."


결혼하고 주 2회씩 시부모님께서 자식 걱정하실까 봐 드리던 전화를 해외 나가고 나서부턴 거의 하지 않는다. 보통 보이스톡으로 통화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시는 분이라 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당신 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거지 내 목소리가 듣고 싶은 게 아닌 걸 알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이렇게 1박 2일의 시댁일정을 마치고 다시 우리가 잠시 머무는 친정으로 향했다. 늘 그렇듯이 시댁에 오면 마음이 좋지 않다. 늙으신 시어머니께 대들지도 못하겠고 다른 이들에겐 그러지 않으시면서 유독 나한테 함부로 하는 그녀가 이해가 되지도 않고 밉다.


정령 우리는 사이좋은 고부가 되기는 불가능한 것인가..


<사진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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