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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ug 12. 2023

꿈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계속 자는 아이

꿈인 줄 알면서 계속 꿈을 이을 수 있나?

사춘기 둘째 딸아이는 잠도 많이 자고 더불어 꿈도 많이 꾸는 편이다.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엔 너무 늦게까지 자고 있으면 깨우러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역시나 깊은 잠에 빠져있다. 혹시 배가 고프진 않을까 싶어 낮은 목소리로 살며시 물어본다.


"일어나야 되지 않아? 뭐 먹을래? 벌써 해가 중천이고 점심때가 되었어.."

"아~ 쫌~ 나 지금 꾸는 꿈 마무리 해야 되니까 건들지 말아 줘."


꿈인 줄 아는 순간 누구나 그냥 깨어 버리는 게 보통 아닌가? 근데 꾸고 있는 꿈이 재미있으니 드라마를 보듯 계속 꾸겠단다. 이게 무슨 말인지.. 예전에 가수 강수지가 꿈을 꾸면 일어나서 그걸 기록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꿈을 마무리해야 되니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아이는 또 처음 본다.


그래서 아이가 깨었을 때 물어봤다.

"꿈인 줄 아는 순간 꿈이 끝나 버리지 않아?"

"아니, 건들지만 않으면 계속 꿀 수 있어. 근데 완전히 깨고 나면 하나도 생각이 안 나. 더러 몇 가지는 기억나기도 하지만.."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생나는 꿈은 기록해 보면 어때?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가수 강수지가 예전에 꿈을 꾸면 잠을 깨자마자 바로 적어둔다고 하던데 좋은 생각 같지 않아?"

"글쎄.. 깨고 바로 적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게 잘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깨고 나면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학교 갈 때야 자신이 알람을 맞춰놓고 스스로 일어나는데 주말이면 영락없이 늦잠에 꿈을 꾸는 중이건들지 마라고 하니 기가 차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저 아이 꿈속으로 들어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아보고 싶을 지경이다.


<그림 : 조현욱의 논설주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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