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 왜 난 한국제품에 책임감이 생길까
현대차 결함이 아니라 다행이다
인도네시아는 늘 덥고 해 뜨는 시각과 지는 시각이 일 년 내내 비슷해서 저녁 6시만 되어도 이미 깜깜해지고 저녁 8시는 한밤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우리 옆집은 5살 아들과 둘째를 임신한 만삭의 아내가 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가족이 산다.
얼마 전 그 집 남편이 친구가 김치를 제조해서 파는데 먹어보라며 한 봉지를 챙겨 우리 집을 노크했다. 중국계가 김치를 제조해서 판다는 사실에 놀랐고 세련되지 못한 포장 때문인지 먹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아 그냥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맛이 어땠냐고 물을지도 모르니 어서 먹어봐야 하는데...
그 집은 차가 두 대인데 그중 하나는 현대차다. 집안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넘었다.
갑자기 밖이 소란스럽다. 이 시각에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어보니 누가 봐도 새 차인 현대차가 기가 죽은 채 고개를 떨구고 얌전히 이동차에 실려 올라가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소개한 차도 아니고, 내가 판 차는 더욱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가족이 현대에 일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괜스레 죄책감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한 것 같기도 하고 창피한 것 같기도 하고 뭐 정확한 감정은 알기 어려우나 유쾌하진 않았다.
다음날 우리 집 기사가 왔고 전날 현대차 체포사건에 대해 살짝 물어보았다. 이 동네는 대부분이 기사와 도우미를 쓰고 있기에 소문도 즉시 나는 장. 단점이 있다.
옆집 기사가 현대차를 주유하러 갔는데 경유 4만 원어치 주유를 요청하고 잠시 한눈팔고 있었고 주유가 끝나자 결재하고 바로 차를 끌고 집으로 향했단다.
10분 정도 거리인 집까지 오는 길에 차가 마치 휠발란스가 틀어지기라도 한 듯 덜컹덜컹거리며 중심을 못 잡아 혹시나 하고 주유 영수증을 보니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었더란다.
보통 초보 주유원을 쓸 땐 매니저가 지켜보고 있는데 하필 그날따라 매니저도 바빴나 보다.
결국 주유소에 전화했고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그 주유소 실수로 발생한 사건이라 그 밤에 현대차를 잘 모셔갈 이동차를 보냈고 그렇게 밤에 소란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끌려간 현대차는 잘 못 먹은 휘발유를 모두 토해내고 세척액으로 세척도 깔끔하게 마친 후 원래 주식인 경유로 다시 가득 채워진 후 지금은 얌전히 그 집 차고에 들어가 있다.
이야기를 다 듣고 적어도 현대차의 결함은 아니라는 사실에 이유 모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한국인으로 외국에 살다 보니 그들이 사용하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 나도 모르게 자부심도 생기고 책임감이 생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