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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여행 - UBC 대학을 가보다(5)

대학의 활기에 매료되다

by Sassy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밴쿠버는 사춘기딸과 갱년기 엄마가 하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다.


사시사철 덥기만 한 인도네시아살이 십 년이 넘어가는 내게 가을풍경은 그야말로 사치였는데 밴쿠버가을은 온통 빨갛고 노랗고 한 시간을 넘게 걸어도 땀도 나지 않는 최상의 환경이다. 다른 거 아무것도 안 하고 풍경만 즐겨도 난 대만족이다.


보행자우선인 도로도 최고다. 싱가포르에서 처음 느낀 보행자우선이 캐나다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건널목까진 스무 발자국 넘게 남았는데 이미 차는 멈춰서 건널지 말지도 모르는 우리를 기다려준다. 골목길은 두말할 것도 없다. 사거리에 보행자가 보이면 그냥 우선 멈춤이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목숨 걸고 건너야 한다..)


멋진 자연과 질서 있는 모습만 있으면 됐지 또 뭘 바라겠는가.. 하지만 사춘기 아이는 도시를 사랑하고 다른 볼거리를 찾는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라 더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밴쿠버에 있는 공립대학인 UBC에 관심을 보인다. 학비도 비싸고 체류비도 비싸서 엄두도 낼 수가 없다. 장학금을 주겠다며 데려가겠다고 학교에서 강력히 아이를 원하는 조건이면 또 몰라도.


큰 기대 없이 구경은 해볼 만하지 싶어 버스를 타고 UBC로 향한다.


학교 근처 구역으로 가니까 대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젊음의 분위기로 활력이 넘친다. 수십 년 전 나의 대학시절로 슬쩍 넘어가는 기분이 든다.


열정, 젊음, 활기, 낭만이 가득하다. 어느새 버스 안은 대학생들의 재잘거림으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뭐가 저리 신날까.. 깔깔대고 맞장구치고.. 저들의 에너지가 부럽다는 생각이 내 몸을 가득 채우는 순간 UBC 도착이다.


여긴 또 별천지다.

멋지다. 모두들 바쁘게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기고 있고 점심때라 그런지 손에 먹거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관찰하고 질문하기 좋아하는 내게 모든 안내글이 영어 불어로 적혀있는데, 영어 보다 위에 올라앉은 희한하게 생긴 언어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는 질문쟁이 엄마를 좀 창피해하지만 지나가는 학생으로 보이는 이에게 저 글자는 어떤 나라 언어인지 나는 기어이 묻는다.


원주민 언어라고 한다. 캐나다도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니 원래 살던 이들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는 의미의 표현인 듯하다.


멋진 태도라 생각되었다.

원주민들의 토템폴도 더러 보이고 식민지배의 느낌보다는 서로 좋게 공존해 보자는 소망이 표출된 듯한데 깊은 내막은 알 수 없다.


밴쿠버를 영국인 탐험가 밴쿠버가 발견(?)해서 지명도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하는데 미국도 발견이라기 보단 영국의 침범으로 원주민들에게 고통을 많이 안기면서 식민지배를 해온 거라 조금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어쨌거나 UBC 대학은 멋지고 재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수영장과 기타 다른 운동 공간도 대단하고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모습으로 활기도 가득하다.


농업 관련 과가 있는 곳은 쌀인지 밀인지를 재배하는 작은 공간도 눈에 띈다.


도서관은 재학생들 외엔 입장불가인지 카드를 대고 들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여기도 다람쥐들 천국이다. 개를 산책시키는 이들도 더러 보였는데 다람쥐를 발견한 개는 사냥본능 때문인지 짖어대며 그쪽으로 가려는 터에 주인이 살짝 애먹는 표정이다. 하지만 여유가득이라 평온하다.


돈만 있으면 이런 곳에서 대학생활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뭐 다 해줄 순 없지 않나..


집을 나올 때는 조금 삐걱대던 우리 둘은이었지만 UBC 탐방에 대만족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가 아이스크림 맛집이 있다고 들러서 먹고 가자 한다. 가게 안은 긴 줄이 늘어져있다.


아이만 들어가게 하고 나는 밖에 앉아 기다린다.


기다리는 중에 60대로 보이는 백인여자가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절뚝거리며 입은 미소를 띤 채 내가 앉은 쪽으로 나온다.


"샌들이 떨어졌지 뭐예요. 하하하. 이런 경우도 있네요 하하. 여기 앉아서 남편차를 기다려야 해요."

말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앉는다. 신고 있던 조리 끈이 얇은 탓인지 낡은 탓인지 떨어져 버린 거였다.

"오~ 어떡해요. 하하" 나도 맞장구치며 함께 웃는다. 그냥 앉아있기 심심해서 대화를 이어가 보기로 한다.


"밴쿠버주민이세요?"

"네~"

"우린 큰아이가 밴쿠버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이라 작은 아이랑 여행 왔어요. 아까는 UBC 대학을 다녀왔는데 좋더라고요. 학비가 비싸서 장학금이 아니면 어렵겠지만요 하하"

"저는 아들만 셋인데 큰 아이는 축구하러 대학 갔어요. 하하하. 일 년 전공 없이 다니다가 심리학을 선택했어요. 학비는 우리한테도 엄청 부담스럽긴 해요. 공립도 연 45,000 불 정도니까요. 생활에 비행기비용이며.. 휴우.. 지금은 셋다 독립했어요 하하하"

"축구하러 대학을요? 흠.. 하긴 요즘 한국도 처음 일 년은 전공분야만 정하지 구체적인 전공은 2학년때부터 정하긴 하더라고요.. 45,000불이면 엄청 비싸긴 하네요.."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의 남편차가 경적을 울리며 도착을 알리는 바람에 끝났다.


캐나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스스로 학비를 충당한다고 들었는데 꼭 그런 건 아닌가 보다.


그녀와의 유쾌한 대화가 에너지를 다시 재충전시켜준다.


멋진 UBC 탐방을 마치고 이제 휘슬러방문이다. 휘슬러는 눈도 없고 산도 오르지 않아 특별한 건 없어서 다음 편에선 시애틀이야기를 하려 한다.


내 생애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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