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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여행 - 밴프를 가다(8)

천상의 아름다움을 보니 노숙자들이 더욱 생각난다

by Sassy

밴프가 뭔지도 몰랐지만 캐나다에 있는 큰아이가 "밴쿠버 올 거면 밴프는 가야지"라는 말을 했고 그 후로 밴프 관련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유튜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도저히 영상으로 표현불가입니다. 어떻게 찍어도 제대로 전달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직접 와서 눈으로 보셔야 해요.."


유튜버들의 밴쿠버에서 밴프로의 여정은 차로 열 시간, 캘거리에서 일반 버스 혹은 투어, 렌터카이용 등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지만 밴쿠버에서 버스로 가는 투어는 날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비행기로 캘거리 가서 현지 당일치기 투어를 하기로 한다.


캘거리행 비행기는 너무 이른 시각이 아니라서 일단 마음이 놓인다. 밴쿠버 마약거리와 시애틀 노숙자 마약중독자 모습에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버스, 지하철 타고 밴쿠버 공항에 도착, 짐은 각각 백팩 하나씩이라 부칠 수화물도 없고 가볍다.


캘거리 도착.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간다. 버스로 시내 가는 길은 차이나타운인지 온통 중국어 간판에 중국계 노인분들이 버스에 많이 오르내린다.


다운타운 도착. 투어가 다음날 아침 7:30 미팅이라 하루는 캘거리 탐방이다. 아이는 캘거리가 참 좋다고 한다. 하루만 탐방하기엔 아쉬울 정도로.


때마침 캘거리 탐방하는 날이 캐나다 원주민을 기념하는 날이라 그들을 기리는 의미의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국립 도서관을 찾아가 본다. 주변에 공원도 있고 도서관도 상당한 규모이고 참 멋있다. 하지만 노숙자들이 많이 보인다. 캘거리도 엉망이구나 싶다. 다시 밴쿠버에서 악몽이 떠올라 어둑해지기 전에 숙소 들어가기로 한다.


숙소 가는 길에 먹거리를 사기 위해 바로 근처 식료품 마트를 검색하고 가는데 호텔 가는 길에도 특정구역에 펜타닐 중독자들이 많이 보인다.


갈 때는 어찌 지나간다 해도 마트 둘러보고 물건 사고 나오려면 어두워질 테고 다시 중독자들이 있는 거리를 지나가기는 너무 끔찍해서 그냥 포기하고 바로 호텔로 향한다.


오래간만에 넓은 침대에서 편히 푹 잔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짐 챙기고 따뜻한 차를 텀블러에 넣어서 가이드를 만날 장소로 이동한다.


사람들이 많다. 홀로 투어여행하는 노인분들도 많이 보인다.


우리 가이드는 별 5개를 받은 투어라 그런지 참 친절하고 다정하다. 일단 대만족이다.


차에 운전자를 제외하고 12명이 탑승 가능한데 네 자리만 비어있다. 할 수 없이 맨 뒷자리로 몸을 구겨 넣고 앉는다. 바깥도 잘 보이지 않고 참 불편하다.


한국투어가 아니라 현지투어인데 12명 중 우리 두 모녀를 포함해서 여덟 명이 한국인이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많이 간다고? 가이드 말에 의하면 성수기엔 밴프시내가 온통 한국인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바깥에 보이는 로키산맥의 풍경은 말로 설명이 안된다. 전체가 바위산인데 차로 달려도 달려도 로키산맥은 끝없이 펼쳐진다. 참 아름답다.


캔모어에 잠시 들렀다가 마지막 두 명의 손님을 태우고 밴프에 도착한다. 왜 밴프 밴프 하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말로도 표현이 안되고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직접 보는 것만큼 표현이 안된다. 정말 아름답다.


Rock pile을 조심조심 밟고 올라가서 본 옥빛 찬란한 모레인호수(Moraine lake)의 모습은 자연보다는 도시가 자기 취향이라고 늘 말하는 딸아이에게도 최고 중 최고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레이크루이스(Lake Louise) 호수도 너무 아름답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빠듯한 일정 탓하며 여기를 포기했더라면 평생 후회할뻔했다. 호수의 색깔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산 쪽의 빙하모습과 둘러싸인 높디높은 나무의 모습까지..


이렇게 미치도록 아름다운 호수들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밴쿠버, 시애틀, 캘거리 다운타운의 펜타닐중독자들 모습이 겹쳐진다. 그들은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음을 알고는 있을까.. 어쩌다 그렇게 중독돼서 좀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이곳에서 자신을 갉아먹어 가면서 이 세상 떠날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연명해 가는 그들의 삶이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천상의 아름다움이다.


하나님.. 제발 그들을 구해주소서. 그들을 어둠에서 구해주시고 무엇보다 온화한 주님의 은혜로 그들을 감싸주시고 긴 터널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용기를 주소서.. 기도한다.


내 평생에 만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밴프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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