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건강검진부터 강행군이었다. 쉬는 날 쉬지 못하고 3일 내내 지방 출장으로 루틴 업무를 전혀 못했다. 밀린 일 하나를 하는 사이 두세 개의 업무가 더 날아왔다. 시간만 있으면 해결 가능한 일이 있는 반면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다.
계속 웃고 행복하다 생각하고 긍정의 마음을 갖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AI가 아닌 인간이라 실패했다. 얼굴은 억지로 웃고 있는데 속은 썩어 들어갔다. 좋아하는 책도 전혀 읽지 못했다.
몸과 마음, 어느 것 하나라도 흔들리는 순간 멘탈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럼 그렇지. 긍정과 감사의 주문을 외우고 괜찮다고 말한다고 해서 실제로 괜찮지는 않았나 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비교적 빠르고 명확하게 인지했고, 우울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제삼자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내 상태를 점검했다.
내 삶과 나 자신을 혐오하고 무기력과 냉소에 빠지는 대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이 버겁지만 이 순간 또한 지나감을 믿고 조금만 더 가벼워지려 한다.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다 보니 어느새 금요일이다. 부족한 잠과 휴식을 보충해야겠다. 아이들과 천 피스 퍼즐을 마무리하고 코노도 가야지. 우울한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 밝은 삶을 살아내야지. 감정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마음과 감정을 이끄는 삶을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