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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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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Jul 30. 2024

여름휴가는 역시 사서 고생

그래도 재밌게 놀아보자!!

장장 4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렸다. 부산에서 대구부산고속도로를 지나 안동휴게소에 도착하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라면, 우동, 돈가스와 육개장을 시켰다. 이 모든 게 26,500원이라니, 이렇게 혜자스러울 수가!


리조트가 산속에 박혀있어 안동부터는 거짓말처럼 휴게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내와 운전을 교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강제적으로 내가 계속 차를 몰아야 했다. 쉬지 않고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었다. 도착과 동시에 파김치가 된 나는 짐을 풀기도 전에 거실바닥에 시체처럼 널브러졌다.


2분쯤 지났을까. 아이들이 심심하다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여긴 아무것도 없는 산속인데. 조용히 신선놀음 하며 휴양을 해야 하는 곳인데. 도대체 지금 뭐 하고 있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기어이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객실 바깥에는 산책로와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몇 개의 놀이기구가 있었다. 한쪽에는 물총싸움을 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무료로 물총을 대여해 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앉아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봤겠지만, 휴가인만큼 아이들과 열심히 물총싸움을 했다. 하다 보니 엉뚱한 사람 얼굴에(?) 총을 쏴버리기도 했지만, 다들 그러려니 했다.


근처에 나가 갈비를 구워 먹고 산책을 한 뒤, 10시까지 오락실에서 열심히 게임을 했다. 분명 오후에 도착하자마자 체력은 방전되었는데, 잠시 나도 모르게 10분 정도 기절한 체 잠이 들기도 했는데, 자꾸만 무언가에 홀린 듯이 좀비처럼 일어나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벌써 휴가가 이틀이나 지났으니 마음이 불안한가.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은 욕망이 피곤한 육체를 이긴 나머지,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인가.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면 아깝다고 생각하며 후회할지도 모르기 때문일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휴가, 돈이 많이 나가고 미친 듯이 피곤하지만, 나는 사실 집에서 쉬는 게 제일 좋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놀아보자. 휴가 전부터 유독 크고 작은 다툼이 많았지만, 휴가가 끝날 때쯤에는 좀 더 가까운 우리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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