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작가의 <그리다가, 뭉클>을 읽고
이기주 작가의 <그리다가, 뭉클>을 읽었다. 이 분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대부분의 책이 베스트셀러인 걸로 알고 있다.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힌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어서겠지. 아마도 저자의 공감능력이 좋아서인 것 같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내용을 깔끔하고 쉽게 쓰니까.
<그리다가, 뭉클>은 그림 반, 글 반 정도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작가가 아끼는 공간(그림)들을 관련된 추억, 생각(글)과 함께 담았다. 대부분의 지역이 수도권이라 서울 사람이라면 그림을 보며 참 많은 공감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러인 나는 사실 감흥이 덜했지만.
저자는 삶과 그림이 많이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다 말고 뭉클한 것일까?
- 에둘러 빨리 가려 애쓰지 말고 차근차근 순서를 지키는 건 그림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꽤 쓸모 있는 거라는 걸 그림 그리면서 배운다. p15
- 누군가를 다양한 관점과 시점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오해가 만든 후회 가득한 관계는 이제 점점 줄여가는 나이가 됐으니까.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으니까. 가만있어봐. 그럴 수도 있을 거야. 아마. p48
작가는 꾸준히 그림으로써 삶을 되돌아보고 생에 대한 애착을 더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다고 하면서, 소소한 풍경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정 공간을 보며 삶을 추억하고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며 성장하는 과정은 글쓰기가 주는 유익과 유사하다. 특히 에세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마주하며 가감 없이 써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마음의 근력을 더 튼튼하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씻을 수 없는 상처, 죽음보다 더 큰 고통처럼 마주하기 힘든 현실을 글과 그림을 통해서만 견디는 삶도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글과 그림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이며, 곧 세상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장면들을 더 겪게 될까. 오랫동안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은, 혹은 견디기 힘든 아픈 순간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25년에는 좀 더 밝고 건강한 장면들을 삶에 담고 싶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