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이 당신의 위치를 결정한다
무얼 먹어도 이것이 싫고 저것이 좋다 얘기하는 사람, 유명한 공연을 관람하고 나와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콕 집어 얘기하는 사람, 물건 하나를 사도 디자인,소재, 원산지, 냄새까지 맡아보는 사람. “까다로운 취향” 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무던한 취향을 가진 사람보다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사람의 의견과 안목을 높게 삽니다. 왜일까요?
우선 ‘까다로운 취향’은 단순히 감각이 예민하거나 성격이 비판적이라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까다롭다는 것은 좋고 싫음이 명확하다는 것이죠. 동시에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았다는 뜻도 됩니다. 폭넓은 경험이 바탕되어야 싫고 좋음을 판단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분야에 까다로운 사람은, 그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죠.
또한 이들은 자신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에 대한 존중은 ‘나를 위해 정갈하게 잘 차려진 한 끼 식사’에서 시작한다는 말도 있듯이, 나 자신을 존중하고 높게 평가하는 사람은 ‘까다로운 취향’ 을 통해 스스로를 대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타인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취향이, 당신의 위치를 정할까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회학 책 10권] 중 하나인 <구별짓기>의 저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개인의 자본에 따라 취향이 나뉜다고 말하며개인이 향유하는 문화, 삶에 가지는 태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 등 모든 사소한 부분에서 개인의 지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부르디외의 의견을 ‘고급 취향이 높은 지위를 나타낸다’ 는 조금 노골적인 문장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낮은 경제적 자본을 가진 개인은 필연적으로 취향의 폭이 좁아지고 그것이 부족한 여유, 즉
취향의 부재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은연중에 팝송을 즐기는 사람보다 클래식을 즐기는 사람의자본이 더 클 것이라고 유추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러나 ‘고급 취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부동산, 차, 귀금속, 명품 등의 금전만이 필요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부르디외가 말했듯 문화적 취향, 태도, 언어, 지식 등 아주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죠.
취향을 잘 가꾸어나가는 길의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가> 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