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몇 병, 그리고 곁들이면 좋을 Playlist를 전합니다.
정적의 공간에서 마시는 와인을 상상할 수 있나요?
음악과 와인의 마리아주 (mariage). 와인과 플레이리스트를 골라드립니다.
와인을 더 즐겁게, 더 맛있게 드세요. 단 지극히 개인 취향일 수 있어요.
여름이다. 시원했던 초록의 계절을 지나 이마에 땀이 맺힌다.
여름을 좋아한다.
길어진 여름의 낮을 좋아한다.
어디서든 술을 마셔도 훌륭한 핑계가 되는 여름의 온도를 좋아한다.
여기는 어느 제주 바다. 뜨거운 해는 정수리에 머물렀다가 서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가벼운 면 돗자리를 툭툭 털어 모래 위를 덮고, 푹 퍼질러 앉는다.
조각난 얼음이 가득찬 바스켓에 화이트 와인을 한 병을 푹 찔러 넣는다.
여름은 화이트 와인, 그 중에서도 쇼비뇽블랑의 계절이다.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와인 병에는 차갑게 맺힌 물방울이 흐른다.
조금 더 차가웠으면 좋겠지만, 기다릴 틈 없이 한 모금 마시고 열기를 식혀보니
아 X발 꿈.
쇼비뇽블랑 마시러, 제주에 가고 싶었나 보다.
횡성의 한우, 완도의 미역처럼 와인에도 불문율의 공식이 있다.
뉴질랜드 - 말보로의 쇼비뇽블랑
괜찮은 쇼비뇽블랑을 마시고 싶은 데, 잘 모르겠다면 “뉴질랜드 말보로지역의 쇼비뇽블랑”을 고르면된다.
그럼 기본은 한다.
오늘 고른 와인은 쇼비뇽블랑에 입문을 넘어 입덕하게 만든 <러시안잭 쇼비뇽블랑>
처음 러시안잭을 알게된 건 와인샵 사장님의 추천이었다.
화이트와인이 처음이라면 입문하기 좋을거에요 라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엇보다 라벨 디자인이 와인스럽지 않아 좋았다. 당시 느끼기엔 어딘가 힙했다고.
냉장고에 몇 시간 두었다가 꺼내 마셨다. 두 눈이 동그래지고 어금니에는 침이 고였다.
쇼비뇽블랑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초보자인 나에게 강렬한 첫 맛이었다.
마실 수록 과실향과 시큰한 맛이 번갈아 느껴졌다.
너무 뾰족해서 부담스럽지 않은 맛, 너무 달지 않아서 계속 마실 수 있는 맛. 여름에 빨리 취하기 좋은 맛.
몇 달 뒤 유행처럼 러시안잭은 여기 저기 깔리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요즘 러시안잭 못 구해요”라는 말까지 들려왔다. 나만 아는 가수가 유명해지는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젠 쇼비뇽블랑의 더 많은 스타일을 즐기게 되어, 더 이상 찾지 않는 와인이 되었지만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쇼비뇽블랑이 처음이라면 과감히 추천한다.
러시안잭은 2만원 초중반대에 마트와 와인샵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여름과 시티팝은 불가분의 관계다.
여름에 쇼비뇽블랑을 마시는 게 뻔한 조합인 것처럼.
뻔한 조합은 실패가 없다.
조금은 오래된 시티팝부터 요즘 시티팝까지 골랐다.
여름의 오래된 친구인 쇼비뇽블랑과 시티팝으로 한결 더 수월한 여름을 보내길.
Bread & Butter - Summer Blue
이상은 - 그대 떠난 후
나미 -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Ymashita taturo - someday
mariya Takeuchi - Plastic Love
김광진 - 동경소녀
샤프 - 연극이 끝난 후
김혜림 - 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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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oto Matsushita - Love Was Really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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