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몇 병, 그리고 곁들이면 좋을 Playlist를 전합니다.
정적의 공간에서 마시는 와인을 상상할 수 있나요? 음악과 와인의 마리아주 (mariage). 와인과 플레이리스트를 골라드립니다.와인을 더 즐겁게, 더 맛있게 드세요.
단 지극히 개인 취향일 수 있어요.
프로젝트를 마친 어느 날.
왁자지껄 모여 소주에 고기를 구우며 지난 고생을 격려하고 앞으로의 고생을 다짐해야 했다.
그런데 다음을 기약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날이었다.
나의 고생이 소주 몇 병의 값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까워서였을까.
이 기분으로는 도무지 사람들과 말을 섞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곧장 와인샵으로 향했다.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을 마실 거야!
*프랑스에서는 시라 (syrah), 호주에서는 쉬라즈 (shirzaz)라고 불린다.
호주 - 맥라렌 밸리(McLaren Vale) 지역의 쉬라즈를 좋아한다. 호주의 쉬라즈는 맥라렌 밸리, 그리고 바로사 밸리의 지역으로 대표되는데, 나의 선호는 맥라렌 밸리. 두 지역의 맛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는가 하면, 아니다.
그냥 내가 맛있게 먹었던 와인들이 그 지역에서 생산됐으니, 내 선호는 그런 편인가 보다 한다.
평소 같았으면, 가격과 내 선호를 고려해 어렵지 않게 골랐을 텐데, 호주 코너 앞에서 어물쩡대고 있으니 사장님이 어떤 스타일을 찾고 있냐 물었다.
평소에 쉬라를 좋아하는데요.맥라렌 밸리였으면 좋겠고,
제가 마셔보지 않은 걸 찾고 있어요. 가격은 3~4만 원 대요.
직원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베럴 몽키즈 쉬라즈를 추천했다. 1초의 선택에 신뢰가 가려는 순간, 직원들과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쉬라를 좋아한다면 100% 후회 없을 거라는 확신의 추천도 덧붙였다. 라벨에 붙은 원숭이가 호탕하게 웃고 있어괜히 느낌이 좋았다.골랐다. 한 입 먹자마자 입안에 묵직함과 베리 향이 폭죽처럼 터지더니 부드러운 질감으로 마무리됐다.
그냥 맛있다. 너무 맛있다.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맛있다"라는 생각에 파묻혔다.
고작 몇 만 원짜리 와인 한 병이 이렇게 나를 달랠 수 있다니! 다음날, 와인샵에 들러 매대에 남아 있는 배럴몽키즈를 몽땅 쓸었다. 그래도 될 만한 맛이었다. 그리고 고생한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맛있는 맛에 당신도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며
참!
캡까지 스크류 타입이니 어디서든 오픈해도 된다.
가격은 3만 원 중반대.
레드와인을 마실 땐,
재즈를 듣거나 기타 연주를 즐겨 듣는 편이지만 몸도 마음도 지쳤는데, 노래까지 우울하면 슬프니까.
너무 텐션이 높으면, 우리의 기분도 놀랄 테니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음악들을 골랐다.
복잡한 마음은 접고, 기분부터 달래 보길.
Temp - miss Summer
mamas gun - You Make My Life A Better Place
Kings of Convenience - Rocky Trail
잔나비 - 투게더
백예린 - antifreeze
CADEJO - Love your Harmony
Phum Viphurit - Lover Boy
윤종신 -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 (With 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