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몇 병, 그리고 곁들이면 좋을 Playlist를 전합니다.
정적의 공간에서 마시는 와인을 상상할 수 있나요?
음악과 와인의 마리아주 (mariage). 와인과 플레이리스트를 골라드립니다.
와인을 더 즐겁게, 더 맛있게 드세요. 단 지극히 개인 취향일 수 있어요.
누군가의 취향을 기억하는 일. 여간 애정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해서 나의 취향을 기억해주는 사람에게 감동하는 편이고, 나도 취향을 기억하는 일로 내 마음을 표현하곤 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가 있다. 첫 마디를 섞고 알아차렸다. 아 이 사람은 내가 기억할 필요도 없이, 온전히 나와 취향이 똑같은 사람이구나!
분위기, 노래, 음식, 계절의 찰나까지 좋아하는 점이 비슷한 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안타깝게도 이성이 아니었다.)
여행을 함께하며 바다를 수영했고, 좋아하는 가게의 떡볶이를 먹었으며, 편의점 와인을 사서 나눠 마셨다.
열대야를 피해 사람들은 거실에 모여 맥주를 마셨지만, 취향이 같은 우린 문을 열고 나와 와인을 마시며 여름 밤의 더위를 온 몸으로 즐겼다.
여행을 마치고 여름을 지나 겨울이 되어도 우리는 종종 어울렸다. 각자의 집에 초대 하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함께 먹으러 다녔다.
자주 만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던 것을 기억했다가 무심하게 선물을 건네는 친구가 좋았고. 언젠가 그 마음을 갚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러다 계절이 깊어졌고 우린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로 하며 와인을 한 병씩 가지고 모였다. 나는 친구가 흘리듯 맛있게 마셨다고 말했던 와인을 가져갔는데, 이럴수가! 친구와 내가 같은 와인을 들고 온 거다!
어떻게 이걸 기억하고 들고 왔냐고 놀라던 친구.
내가 느낀 따뜻한 마음을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밤새 와인을 나눠 마시며 서로 가지고 있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날을 떠올리면 무더운 날에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만다.
가끔 “네 생각이 나서 이 노래를 추천해” 라고 안부 문자를 한다. 그리고 친구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어 마음이 벅차다고 한다. 이제는 와인 가게에서 그 와인 라벨만 봐도, 내 친구 O가 떠오른다.
혹시,
당신에게도 누군가 떠오르는 와인이 있나요?
어? 나 이거 봤는데! 맞다.
당신이 와인 가게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그 와인 운이 좋았다면 1만원 대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19 Crimes Red Blend는 호주 와인이다. 사실 19 Crimes은 오래전 샤도네이 품종으로 먼저 접했는데 마셔본 샤도네이 중 가장 특이하고, 터프한 샤도네이로 기억하고 있다. (보틀색과 라벨에서 느껴지는 인상만큼 맛도 강렬했다고) 와인 라벨이 워낙 독특해, 가게에 가면 한 번쯤은 눈길이 갔을 와인인데 놀랍게도 라벨에 그려진 사람들은 범죄자다.
과거 영국에서는 절도, 화폐위조, 중혼 등 19가지 범죄 리스트를 정하여 그에 해당하는 죄목을 가진 범죄자 또는 아일랜드 영국 통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호주로 강제 이주 형벌을 내렸다. 그들은 개척자가 되어 호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쳤고,그들의 살아있는 스토리와 역사를 기리기 위하여 19Crimes와인이 탄생하였다. 와인라벨의 인물은 실제로 이주 형벌을 받은 역사 속 인물들이며 구글플레이 또는 앱스토어에서 'Living Wine Lables' 어플을 다운받아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출처 - 와인21 [19 Crimes, Red Blend 2017] (와인21) *출처- 와인21 [19 Crimes, Red Blend 2017] (와인21)
이 와인은 재미있는 콘텐츠가 곳곳에 숨어 있다.
우선 와인을 오픈하기 전에, 와인 라벨 뒤에 숨어있는 QR코드를 찍어보자. AR(증강현실)로 구현되는 와인의 생생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스크류 캡으로 된 와인을 오픈하자. 캡 안에는 범죄자들의 죄목이 쓰여있는데, 쓰여있는 죄목은 랜덤이라니, 수집하는 재미는 덤! 와인이 가진 이야기 거리가 많으니, 어색한 자리에서 말문을 트는데 이만한 와인이 없겠다.
19크라임즈 레드블랜드는 쉬라즈/그르나슈/마타로 세 가지 품종이 섞인 블렌딩 와인이다.
호주를 대표하는 품종인 쉬라즈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그르나슈/마타로가 와이너리의 시크릿 비율로 블렌딩 되었는데, 캡을 오픈하면 베리향과 오크향이 풍성하게 피어 오른다. 19크라임즈 레드블랜드는 마시는 이에 따라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탄닌/신맛을 적절히 덜어내 강인한 라벨에 비해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 또 가격과 접근성이 낮으니 데일리 와인으로 제격!
만약 주변에 와인에 입문하는 친구가 있다면, 자신 있게 권해보길 추천한다.
와인샵에서 2만원 초반대에서 구매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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