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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Oct 30. 2022

3 몰타와 필리핀

몰타의 영어 교육산업


영어 습득의 필요성은 지대한 반면 영어 학습을 위한 지리적, 문화적 불리함은 최고인 대한민국 국민에게 영어는 애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역사적으로 게르만어, 라틴어, 프랑스어 등등의 영향을 두루 받은 영어이기에 비록 유럽인들의 모국어는 아닐지언정 그들에겐 영어가 한국인에게만큼 생소하진 않을 것이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구조적으로나 어휘면으로 유사성이 매우 적기 때문에 한국어 사용자가 영어를 배우자면 언어의 구조적 판부터 새롭게 짜야할 뿐 아니라 어휘면에서도 어원이 같은 말이 거의 없어 영어 단어 암기가 영어 공부 최대의 과제다. 때문에 우리가 영어 교육에 쏟는 시간과 자원은 막대하다. 영어 사교육 시장의 규모와 영어 연수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 수 또한 엄청나다. 멀리는 미국이나 영국, 호주, 뉴질랜드부터 가까이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필리핀까지 해외 연수로 떠나는 나라도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가까우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나라는 뭐니 뭐니 해도 필리핀일 것이다. 

몰타는 유럽에서 이런 측면에서 유사성을 가진 나라다. 몰타는 지중해의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럽의 휴양지이면서 동시에 영국의 식민지로서의 역사 때문에 유럽의 영어 학원이다. 여름이면 유럽 주변 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영어 캠프를 온다. 우리가 속해 있던 반만 해도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체코, 폴란드, 조지아 등등 다양한 동유럽, 서유럽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있었다. 우리나라만큼은 아니겠지만 유럽 학생들에게도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유용하긴 한가 보다. 


우리가 선택한 학원은 시내에 본원이 있지만 바닷가를 접한 곳에 리조트를 빌려 캠프를 차리고 숙식을 제공하면서 영어 수업과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대별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성인반도 있었다. 때로는 실버들만을 대상으로 영어 연수를 진행하는 학원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6월 초였기 때문에 아직 한국 학교들이 여름 방학을 시작하기 전이어서 한국인 학생들은 우리 애들밖에 없었다. 7월로 들어서자 한국인 학생이 몇 팀 오기는 했으나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은 몰라도 학국의 어린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러 오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했다. 왜 그럴까? 


일단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라는 점에서는 필리핀과 유사점이 있지만 영어 교육의 스타일은 필리핀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 필리핀은 한국인 맞춤형 학원들이 많이 있다. 현지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현지에서 직접 한국인의 니즈를 겨냥한 커리큘럼을 세우고 운영하는 학원들도 많다. 이런 학원들은 집중 코스로 단 시간 내에 영어 실력을 향상해 주기 위해 일대일 교습을 하는데 고강도의 학습 플랜을 짜 영어 몰입 교육을 한다. 전해 듣기로는 필리핀 선생님이 골방에서 학생 하나를 딱 붙들고 앉아 영어를 최대한도로 주입시켜 주는 식도 있다고 한다. 한국인 특유의 높은 교육열과 급한 성정에 딱 들어맞는 교육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몰타는 유럽이다. 유럽에는 이런 문화를 선호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들은 과거제를 통해 인재를 등용하던 역사를 가진 일부 아시아 국가들만의 공감대에 접근할 수 없다. 한마디로 그들의 영어 캠프는 영어 연수가 아니라 영어 바캉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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