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현재 몰타 공화국의 수도다. 발레타 시는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냥 한눈에 딱 봐도 그럴 것 같은 형색을 하고 있다. 라임스톤으로 지어진 건물들은 땅에서 솟아 나온 듯 흙과 한 빛이다. 흙빛 집들은 뭔가 견고해 보이기보다는 한 귀퉁이 한 귀퉁이가 조금씩 부서진 듯 보이기도 하고 모래성처럼 툭 건드리면 곧 무너져 내릴 듯 한 모습이기도 하다.
중세 몰타 기사단의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의 항공전으로 피폐해진 모습까지가 이 좁은 땅덩어리에 모두 담겨있다.
발레타가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 역사는 몰타 기사단이라고도 불리는 중세 시대의 성 요한 기사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성 요한 기사단은 십자군 전쟁 시대 종교적 군대 조직이었는데 로도스 섬을 잃자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가 이곳을 거점으로 주었다고 한다. 이후 오스만 제국의 쉴레이만 1세가 몰타를 공격했지만 이를 용맹히 방어해낸 후 온 유럽에 그 명성을 떨치게 된다. 이때 전쟁을 승리로 이끈 기사단장 장 파리소 드 라 발레트의 이름을 따 이 도시의 이름이 발레타가 되었다고 한다. 성 요한 기사단이 프랑스 나폴레옹에게 패한 이후 성 요한 기사단은 로마의 한 지역으로 밀려나고 이때부터 몰타 기사단이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이 비록 영토는 없지만 하나의 주권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로마의 한 건물에 본부를 설치하고 자국의 우표와 동전, 여권도 발행하면서 주로 구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본부가 있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 국가의 3대 요소라고 하면 국민, 영토, 주권이라고 배운 것 같다. 인류 역사상 많은 나라들이 영토 문제로 수많은 전쟁을 거듭했지만 막상 이 3요소 중에 가장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영토일지도 모르겠다. 이스라엘처럼 영토가 없이도 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의식을 잃지 않는다면 천 년이 넘어서도 영토를 다시 차지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