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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미 Jul 06. 2023

기타 동호회 내분을 바라보며


오늘 수개월간 내가 몸 담았었던 기타 동호회 탈퇴를 결정했다. 전국 통기타동호회 대축제에 참가해 느꼈던 감동을 글로 표현했었던 것이 엊그제인데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동호회 회원들 간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다툼과 갈등이 이유였다. 우리 동호회가 처음 결성된 것은 무려 15년 전이라고 한다. 그동안에도 여러 가지 위기를 겪으며 명맥을 유지해 온 동호회였지만 이 같은 내분을 다시 겪게 된 그 깊은 사연을 불과 몇 개월 활동했던 내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동호회 단체 톡방을 통해 보여지는 갈등양상이 나를 더 이상 동호회에 머물지 못하게 한 이유가 되었다. 이 세상 어느 조직이나 의견대립이나 갈등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상대에 대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상실한 대응들이 그곳에서 나의 등을 떠밀어 냈다.


개인전 후 계속 이어지는 각종 전시회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나는 일주일에 단 하루만을 동호회에 출석해 왔다. 또한 음악활동 후 의례적으로 이루어지던 각종 명목의 회식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거의 매일을 밤늦도록 이어지는 회식까지 쫓아다닐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알지 못하는 내부 갈등 요인들이 무척이나 많았나 보다.


도대체 인간들이 모이는 조직에서는 왜 이리도 크고 작은 갈등과 오해가 생기는 것일까? 이번 동호회 내분을 보며 나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취미활동을 위한 민간 동호회 회장단, 그것이 무어 그리 대단한 권력이라고 서로 치고받으며 상처를 주고받는 것인지!


또한 이번 사태를 통해 최근 활성화된 단체 톡방이란 것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매우 강력한 무기로 활용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단체 톡방을 통해 갈등이 오가는 중에 공개적으로 인격모독, 인신공격은 물론 공산당식 인민재판이 거리낌 없이 자행되었다.


단체 회장단과 몇 사람의 갈등 단체 톡방을 통해 전 회원들에게 전염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전 회원들이 정확한 연유도 모른 채 단체 톡방에서 서로 오가는 비수 같은 말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도 나는 이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워야 하는 정확한 연유를 알지 못한다.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펴면서 상대를 비난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 장면은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인가 현행법을 위반해도 자신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들. 선악의 구분이 없어지고 오직 어느 진영인가가 선악의 기준이 되어버린 세상.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난생처럼 동호회라는 모임에 가입하여 7개월간 즐겁게 활동하고 전국 행사에 참여하여 감동도 받았지만 인간의 한계만을 깨닫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상당수 회원들이 탈퇴를 결정하며 동호회를 떠난 것으로 안다.


기분은 몹시 씁쓸하지만 넘어진 길에 쉬어 간다고 이번 기회를 그동안 동호회 활동으로 소홀했던 부분이 없었는지 내 삶을 되돌아보며 내실을 기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또한 동호회 덕분에 기타의 재미에 다시 흠뻑 빠지게 되었으니 부족한 개인기를 발전시키는데 더욱 매진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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