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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호구로 살다.

당하고 당하고 또 당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직업 전선에서 말고 나머지 일상에서는 평생 호구로 살고 있다.

왜 그런지는 앞서 이야기했었다.

더러워서 피하기도 하고

나 편하자고 모른척하는 것도 있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있고

여하튼 다양한 이유이기는 한데

결론은 하나이다.

나는 바보이고 호구인 셈이다.


운전을 하다가 대형트럭이 와서 범퍼를 긁은 적이 있다.

하필 막내동생이 교생 실습을 나가던 첫 날인데

내가 데려다준다고 나선 길이었다.

대형트럭이 급차선 변경을 하다가 일어난 일이다.

동생과 나의 출근 시간이 임박했는데

트럭운전사 아저씨는 사고 신고를 하면

오늘 하루 자신이 일을 못해서 오는 일당 손해분을

니가 배상해야한다면서

적반하장으로 눈을 부라리고 침을 탁 뱉었다.

나도 고작 30대 초반이었고 무섭기도 했고

엄청 큰 사고는 아니었기에

그냥 보내줬는데 아마도 저 바보하면서 웃었을것이다.

그 뒤로 택시가 한번 박았을때는

(그때는 긁힌 정도보다는 꽤 찌그러졌었는데)

그 기사가 퇴근 후 집까지 찾아와서 사고를 신고하면

자기가 회사에서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읍소하여

또 그냥 넘어가줬다.

아마 뒤돌아가면서 바보 그리고 호구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만

그때 집에는 나와 어린 아들밖에 없었다.

그냥 그 시간을 피하고만 싶었었다.


집이 없는 설움을 엄청 느끼는 이번 이사이다.

된통 당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가 운이 좋았던 케이스였나보다.

사직동 주인은 퇴직한 분이셨는데 점잖았고

(2년만 살고 이사간다고 케잌도 사주셨다.)

신용산 주인은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여사였는데 그래도 상식선이 있었고

(은행 대출로 부동산을 사고 사는 스타일이다.)

이번 주인은 점잖은 척하나 자신의 이익이 최우선인 똑똑이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를 팔았다. 집값이 오르기전에.)

나는 그 사이에 끼인 호구 중의 호구인 셈이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집을 사면 된다.

그런데 아직은 불명확한 일들이 많이 있다.

물론 여유돈이 있지도 않다.


이사 가는 집 청소는 내 돈으로

(엄청 더러워서 머리카락 뭉텅이만 열 개 이상을 버렸다한다. 동생이. 나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다행이라 해야하나. 이사 전 청소가 예약되어 있다.)

이사 갈 이 집 청소도 내 돈으로

(고양이 털 제거 전문업체 특수 청소까지 예약했다. 집을 보러와서는 자기네가 고양이를 엄청 이뻐라 한다더니 갑자기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을 바꾸는 새 전세 입주자들의 총명함이다. 고양이를 핑계로 입주 청소를 나에게 미루고 싶은 것이다.)

이사 가는 집 부분 도배는 일부 내 돈으로

(그래도 곰팡이 이슈의 안방 도배는 주인이 해주었다는 것에 감사할뿐이고 천장 도배는 따로 하는게 그 지역 국룰이란다. 괜찮다. 천장을 굳이 올려다보지 않는 것으로.)

이사 갈 이집 부분 도배는 역시 내 돈으로

(고양이 설이가 긁어놓은 부분이 있으니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 똑똑한 분들에게는 내가 겁박하면 손쉽게 통하는 호구라고 판단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나는 헛똑똑이 호구 맞다.

엄마가 매번 그러셨다. 세상 헛똑똑이라고.

우리 엄마는 나를 꿰뚫어 보셨던거다.


어젯밤. 뻔한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속이 뒤집히고 화가 폭발했으나

누구에게 이 이야기를 할 것인가?

어디다 털어놔야 분이 조금은 사그러질텐데.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세상 맑은 눈으로 내 주위를 맴도는 고양이 설이에게

할 것인가? 모든 것이 너 때문이라고.

아니면 이사고 뭐고 오로지 시어머님 계시는 요양원에서 멀어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인

효자 남편에게 이야기할 것인가?

오늘 어머님께 인사갔다가 외식을 하자는데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백만 오천개이다.

아니면 회사 높은 분 장례식장에 단체로 문상을 간 아들 녀석에게 하소연 할 것인가?

고양이를 대책없이 데리고 왔으니 니가 책임지라고.

그냥 입을 다물고 잠을 청할뿐.

그렇게 좋아하는 <불꽃야구> 유튜브도 정주행을 마치지 못하고 잠을 청했고(이런 일은 드물다.)

오늘 아침 일찍 깨서 하소연 글을 쓰며

나머지 부분을 챙겨 보고 있다.

유튜브라 언제든지 돌려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는 하다만

나의 <불꽃야구>도 누구엔가 호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대기업과의 법적 분쟁중이다.)

내가 그 걱정할 때와 위치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할 수 없다. 이번 생은 이렇게 호구로 살아야지 어쩌겠나.

내가 알면서도 당해주고 모르면서도 속는다.

나는 K - 호구이다.

다음 생은 절대 호구 아니고

빠꼼이의 생을 살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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