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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12.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45

고양이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오늘로서 2학년은 기말고사 시험범위까지 진도를 마무리하였다.

이제 다음 주는 시험범위 족집게 특강 및 자율학습 시간을 조금씩 주려 한다.

물론 주 1회는 실험을 준비한다. 공부만 하면 진력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막간을 활용해 진행되는 실험은 현미경 관찰이다.

식물 수업이 다음 단원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그때 가서 현미경 연습을 시작하면 방학때까지 마무리가 힘들다. 초점과 배율을 맞추고 프레파라트 관찰 사진을 찍는 연습은 지금 해두려고 한다.

먼저 영구 프레파라트를 보고, 그 다음으로는 식물 기공 관찰을,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혈액 관찰을 하게 된다. 물론 희망자만 자신의 혈액을 샘플로 프레파라트를 만들어서 보게 되고

희망하지 않으면 이미 만들어진 자료를 관찰하면 된다.

현미경 사진 촬영 연습 삼아 운동장의 꽃을 대상으로 접사와 연사하는 방법도 연습해두었다.

봄꽃과 여름꽃을 비교도 하면서 말이다.


예전에는 현미경 관찰 결과를 한땀한땀 연필을 가지고 점으로 그렸었다.

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생물 실험 수업은 제 시간에 끝난 적이 없었다.

명암을 나타내는 방법은 점을 수십번 찍어서 구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대학 1학년의 일반생물학 실험은

현미경 보느라 눈은 아프고 점찍어서 그림그리느라 손가락은 더 아팠던 기억만 있다.

그리고는 장렬하게 생물 전공 선택을 포기하였었다.

워낙 시력도 나쁘고 똥손이고 그림은 젬병이었다.

지금은 현미경으로 찾고 사진으로 결과를 찍는다.

얼마나 스마트하게 바뀌었는지 모른다. 지금 같았으면 생물 전공을 했으려나?


진도를 다 나간 기념삼아 오늘은 6월 환경의 달 맞이 자체 행사를 진행하였다.

관련 공문들 중에 선택한 것인데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하는 것이었다.

개구리, 고양이, 소 등 동물을 소재로 한 짧은 영화들이었는데 각각 다른 울림이 있었다.

우리의 생활에서 동물과 식물도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

지속가능하 생태를 고려한 삶이고 지구를 지키는 것이라는 공동의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는 학생들은 한줄 감상평을 작성했다.

“ 공룡이 멸종할때도 살아남았던 개구리가 지금 멸종위기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우리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엄청난 위협이었듯이 개구리에는 항아리 곰팡이균이 그런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그것을 전염시키는데는 사람이 한 몫을 했다는게 너무 미안하다. - 개구리 멸종 사건 감상평”

“주인공과 소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을때 처음엔 소가 환경과 무슨 상관이지 생각했었다. 주인공은 소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는데 어른들은 소를 돈벌이를 위한 가축이라고 생각했다면 주인공은 일을 나간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소가 낳은 송아지가 팔려갔을때 샤오후이는 진심으로 슬퍼했던 반면 할아버지는 황소가 왔다며 새끼를 베게해야하니 데리고 내려오라고했던 말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샤오후이의 소 감상평”

“처음에는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다. 영상을 보니 점점 고양이를 잃은 주인공의 입장이 이해가 됬다. 나라도 주인공처럼 한줄기의 희망이라도 잡고 싶었을거다. 중간에 할머니 덕분에 행복했는데 지어낸 메세지가 너무 마음이 잘 느껴져서 눈물이 엄청 나왔다. 마지막에 할머니가 주인공이 키우던 고양이였다에서 또 그 편지가 생각났다. 지어낸게 아니라 진짜였다. 아주 슬픈 이야기이다. -고양이 통역기 감상평”


이정도의 감상평이 나왔으니 오늘의 활동은 성공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본 녀석들은 적어도 지나가는 동물들에게 돌을 던지지는 않을테니 되었다.

교육의 목표는 이처럼 사소한 것일수도 있다.

너무 높은 목표는 현실적이지 않을 때도 많이 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것, 그것을 찾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도 된다.

집에 오니 나의 고양이 설이가 늘 그렇듯이 무심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얼마나 다행인 하루인가. 고양이도 나도 그리고 출장간 아들과 아산 공장에 있는 남편도 별일이 없다.

이제 빨래도 돌리고 이른 저녁도 대충 먹었으니 시험 문제만 검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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