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47
교과 관련 진로 수업이 필요한 이유
유튜브를 보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최강야구> PD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이 그 중요한 모 프로구단과의 부산 사직 직관의 날이다. 나는 물론 못가지만...
오늘 18:00 시합이니 티켓이 있다고 해도 서울까지 어떻게 올 것이며
내일 수업은 어찌할 수 있을까라는 객관적인 생각에 부산행 비행기표를 취소하였었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인데 담당 PD는 오늘 새벽 네 시까지 월요일 방송본 최종 시사회를 하고
부산으로 가는 차량에 귀신처럼 탑승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 18:00 직관이 끝나고 정리하고 나면 아마도 자정쯤이 될 텐데
그때 다시 내일 방송을 위하여 차량으로 귀경할 예정이란다.
부산이 본가인데 집에도 못가고 말이다.(장단장님 파이팅이고 매번 고마워요)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방송일은 시켜줘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성향에 맞는, 많지 않은 직업 중 한 가지가 방송 관계자이다.
매일 매일 수업도 라이브 방송이라 생각하고 진행하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니 방송을 구성하는 일은 나의 성향과는 맞는다.
그런데 생활패턴이 전혀 맞지 않는다.
나의 체력 유지 최고 방법은 잠이다.
어려서부터나 지금까지 잠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므로 잠을 포기하고 무슨 일을 도모하는 것은 정말 가끔이고(그랬던 적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그대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잠이 부족하거나 3교대를 하는 직업은 나로서는 도전조차 불가능했었다. 애초부터...
추위를 엄청 타니 하루 종일 야외에서 하는 직업도
눈이 안좋아 하루 종일 앉아서 컴퓨터만 보는 직업도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나는 가르치는 직종이 가장 알맞은 사람인 것 같고
(그 시대에 나에게 사범대학을 권했던 고3 담임선생님이 탁월한 분이셨던것일까?)
은퇴 이후에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정리컨설턴트이다.
필요없는 것을 버리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
쌓아두는 것보다 과감히 버리는 것이 힘든 사람들에게
나는 버림으로서 기분 좋아지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은퇴 후 재취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 이쪽 분야가 딱일 듯하지만
세상일이 자기 의지대로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직업을 자신의 성향에 맞추어서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되겠냐만은
다들 닥치면 적응해서 하게 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도 맞는것이겠지만
자신의 성향과 체력적인 능력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고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우선 조건이 된다.
그러므로 중학교에서의 직업과 진로탐색에 대한 다양한 정보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중학교 1학년을 자유학기제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고
중학교 3학년은 채움학기제로 고등학교 적응을 준비시키기도 하는 이유이다.
각 교과서별로도 각 단원 내용과 연관되는 직업 소개 코너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교사가 많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진도를 나가기에 벅찬 시간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고
모든 직업을 교사가 다 알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도 하지만
교육부나 평가원쪽에서 많은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공하고 있는 것조차 모르거나 제공한 내용을 잘 살펴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관심과 해보고자 하는 의욕에서 출발한다.
어제 만난 옛 제자 남편은 대학교 물리전공교수님인데
중학교때 물리 선생님이 너무 멋있어서 물리 선생님이 되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틈인가 물리학과 대학교수가 되어있다고 했다.
이렇게 교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2학년 화학 물질의 특성을 마치면 과학수사와 관련된 직업에 대한 소개를 하고 (법의학이라는 학문을 소개한다)
3학년 기권과 날씨를 마치면 당연히 기상학 관련 직업 소개를 해준다.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눈이 번쩍 뜨이는 일생의 중요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교사라는 직업의 중요성과 어려움은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성도 예의도 삶의 자세도 그리고 진로에까지 모두 다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 교사이다.
교사라는 직업의 중요성과 어려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