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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23. 2024

서울 골목 투어 열한 번째

서울숲과 성수 사이

성수를 처음 만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서울숲을 다녀갔어도 성수를 지나가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인스타에서 성수가 자꾸 보이고 

멋진 후배들이 한번 가보자해서 따라 나선 것이 5년전쯤 되었던 것 같다.

그날, 메인 거리에서 조금 지나있던 명태찜 식사를 하고 

당시 가장 뜨고 있었던 공장을 카페로 만든 곳에가서 디저트를 먹었었다.

식사는 쏘쏘였고 카페는 음식보다도 공장의 냄새를 남겨놓은 공간 배치가 우리의 눈길을 끌었었다.

우리는 모두 미래학교를 구성한 멤버들이었고 공간 배치나 조명등에 관심이 많은 시기였다.

그렇게 반반의 물음표를 갖고 있었던 성수는 

근처로 이사온 후 나의 산책코스 리스트에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되었다.


한번은 성수보다 서울숲에 방점을 두고 산책을 한다.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숲이 주는 상쾌함에 취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에 동아리 활동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기도 하였다.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서 도는 서울숲은 또다른 맛이 있다.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다.

올 봄의 서울숲은 튜울립꽃의 향연이었다. 

매해 테마로 삼는 식물이 있을 듯하지만 올해 튜울립의 크기는 너무 커서 

조금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많이 심어져 있었다.

셀카나 친구들과의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 뒤로 나는 시크하게 꽃 사진만 찍어댔다.


또 한번은 성수를 중심으로 산책을 한다.

성수역과 뚝섬역 사이의 그 많고 많은 상권 중의 대부분은 음식점이다.

그리고 그 음식점들은 저마다의 특색과 스토리를 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뽐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낮고 오래된 주택을 고쳐서 만든 곳들을 지나가면서 유심히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제는 늦은 오후까지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맞는 듯 했다.

비가 그칠때쯤 성수 나들이를 나섰더니 

내가 가보았던 성수 중에 가장 한가하고 사람없고 고즈넉하고 조용하기까지한 날이었다.

사람에 밀리지 않고 나의 자의로 선택한 길에서 만나는 멋진 곳들은 우연의 힘을 믿게도 한다.

그리고 지나가는 가게 앞 거울들 사이로 보이는 내 얼굴은 영낙없는 할머니였고 

어제 그 시간 그 거리에서 가장 나이많은 사람이었을것이다.

걸음도 마음도 비처럼 촉촉해지려는 순간,

지인으로부터 아들 녀석 소개팅 주선 톡이 왔다.

갑자기 돌변하는 마음.

마음이 바빠진다. 톡을 전달하느라 손가락이 바빠진다.

제발 나의 정년퇴직 전 짝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할 의무를 다한 것 같은 홀가분함이 들것 같다. 

이렇게 산책하는 그 한시간 반 정도의 시간에도 마음은 소용돌이친다.

그러니 멘탈을 유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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