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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29. 2024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58

요리프로그램의 순기능

오늘은 흰머리 염색일(제일 중요한 할 일이다. 두 달 정도를 늙은 표시 덜 나게 도와주는 힘이다.)

내일은 정말 영혼을 갈아 넣어서 소표를 얻은 최강야구 직관일이다.

따라서 오늘 아침에 주말에 먹을 음식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음식을 하면서 볼 TV 메뉴를 고르다가(사실 제대로 보지는 못한다. 왔다갔다 하면서 보고 다닐 뿐이다.)

문득 서진이네2 식당을 찾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틀어놓고 콩나물 잡채를 위해 야채를 채썰고 콩나물을 데치고

가장 건강식에 가까운 형태인 감자, 가지, 당근과 함께 닭가슴살을 살짝 구워 두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나의 숨어있던 요리 본능에 불을 붙여준 한 가지 요인이 더 생각났다

한 가지는 코로나 19로 식당 가기도 그랬던 그 시절의 도래였고

(그 시기 나의 요리 역량이 엄청 업그레이드 되었다.)

다른 한 가지는 가끔씩 여유로울 때 봤던 TV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전문가의 요리 프로나 유튜브는 보지 않는 내가

가끔씩 본 것은 삼시세끼, 윤식당, 서진이네,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의

전문가가 아닌 약간의 허술하지만 그 나름의 정성을 다하는 요리가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요리를 잘은 못하지만(일부 전문가급으로 잘하는 사람도 있다.)

거의 자급자족으로 재료를 구하고

없는 재료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고

음식을 준비하다 망하기도 하고

그러나 준비만으로도 힘들어서 함께 맛있게 먹기도 하는

현실 세계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어서 나름 좋았다.

물론 방송이니 잘된 것만, 멋진 것만 편집되었다는 것은 참고하더라도 말이다.


그들이 이리저리 애쓰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그 음식이 해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이 요리프로그램의 순기능일 수 있겠다.

부추랑 생열무를 넣어 비빔밥도 해먹어보았고(열무 날것의 맛이 괜찮았다.)

무와 감자를 가득 깔아 생선조림도 해보았고(생선이 없는 무조림도 맛났다.)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서 레스토랑처럼 세팅하고 칼로 자르면서 먹어도 보았다.

전문가들은 요리 기구도 요리 재료도 최상의 것을 사용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 아마도 그 점에서 전문가 요리 프로그램이 와닿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요새는 편의점 요리 수준의 간단하고 집에 있는 쉬운 것들로 만드는 요리가 메인이 되는

프로그램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것들이 관심 받는 이유가 분명하다.

요새는 대용량 요리도 필요 없고

많은 도구와 재료가 필요한 손이 많이 가는 요리는 더더욱 필요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는 다 배달 음식으로 먹게 되니

레시피는 간단할수록, 재료는 값이 싼 제철 재료로, 양은 소량으로

딱 한끼에 맛있게 먹을 만큼만 하는 요리가 대세가 될 것이다.(나의 생각이다.)

멋진 음식은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 외식을 하면 된다.(그럴때나 먹지 언제 먹겠나?)


이제 미리 준비한 주말의 음식이 식었으니 냉장고에 넣어두고 염색을 하러 나서보자.

두피가 아프지 않은 헤어숍을 찾았고 염색 10회 쿠폰을 질러두었으나 집에서 다소 멀고 값은 비싸다.

걱정마라. 홍대입구로 골목투어를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점심은 같이 가는 지인과 맛집을 찾아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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