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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Nov 02.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90

중간고사를 앞둔 수업 시간 운영의 묘

지난 일주일은 다음 주의 중간고사에 대비하여 살살 수업한 한 주였다.

(창호공사로 인해서 9월에 개학을 한 관계로 다른 학교와는 일정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산책할 힘이 남았었던 것일 수도 있다.

과학시험은 중간고사에는 보지 않고 기말고사만 본다.

수행평가 50 : 기말고사 50 의 비율이다.

교과별로 특색을 살려 평가 비율과 기준을 학기 초에 결정하는데

과학은 실험평가점수가 필수로 들어가야 하고

나는 기타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므로 이에 따른 점수 부여가 필요하므로

50 : 50 비율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우리학교 학생들의 성향과 수준도 고려한 것이다.


지난 주 월요일 3학년은 이미 안내된 평가 기준별 점수 부여에 대한 최종 확인이 있었다.

수행평가에 포함된 활동 결과를 모두다 구글 클래스룸에 업로드하였는지 여부와

3학년 천문학 단원에서 가장 중요한 별까지의 거리 구하기에 대한 퀴즈를 수행하였다.

3학년은  A, B 로 나누어 1시간 : 3시간 수업으로 진행되니 수행평가도 나는 25점만 부여하면 된다.

나머지 B 선생님의 수행평가 25점에 다음 주 고사가 50점 반영되어 100점 만점의 성적이 완성된다.

그러니 사실 매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해서 수행평가 점수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제 주말에 열공하여 시험만 잘 보면 되는데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유전 부분과 에너지 보존 부분이라 내용이 쉽지만은 않다.

어설프게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힘은 힘대로 들고 성적은 안나오는 방법이다.

하려면 완벽하게 해야지 어설픔은 오히려 헷갈리고 머리만 아픈 방법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더라.


지난주 2학년은 간단하고 쉬운 내용 중심으로 한 꼭지씩만 수업을 하고

15분 정도는 중간고사 대비 국, 영, 수 공부할 시간을 주었다.

그런데 이럴때 꼭 어렵고 중요한 내용이나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선생님들도 간혹 있다.

(대부분 중학교 학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분들일 경우가 많다. 학부모가 되어보면 그렇게는 못한다. 안쓰러워서)

미리 예고하고 꼭 공부할 것을 가지고 오라고 하였건만

안가져았다고 다시 교실에 갔다 오겠다는 녀석들이 등장한다.

소중한 시간 5분을 까먹는 비법이다.

새벽까지 늦게 공부하는 방법은 그리 권장할만 하지 않다.

숙면야 다음 날 최고조 컨디션으로 공부가 가능한 법.

그러니 얼마남지 않은 수능을 앞두고 초치기를 하거나 전날 밤을 새는 방법은 옳지 않다.

가급적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해 놓으면 적당한 취침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안하다가 밤 10시가 되어서야 공부하겠다고 앉으면

당연히 하품이 나고 잠이 몰려올 수밖에 없다.

우리 몸은 고성능의 빅데이터 기반 AI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사교육에 몰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환경이 크게 작용하지 싶다.

그러니 학교에서 수업 시간 중에 공부를 시켜주려 그리고 학습법을 알려주려 노력한다.

<열과 우리생활> 단원이 2학년에 가장 난이도가 쉽고 교양 수준의 이야기라서 이 시기에 진행하고 마지막 단원은 매우 중요한 <전기와 자기>가 된다.

마찰전기 실험을 하려면 날이 추워져야 잘 되고 여름에는 실험이 되지않는다.

이런 것까지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은 교사의 노련함에 달려있다.

교과서 순서대로 수업하는것이 아닌가요?  는 이전시대 이야기이다.

교사에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재구성에는 모두가 납득할만한 당위성을 기반으로 해야한다. 교사가 전문가집단임을 인정받으려면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도, 대류, 복사로 대표되는 열의 이동 방법은 알 초콜릿 나르기 활동으로 이해를 돕고 시험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당도 충전하였고

열평형은 찬물과 뜨거운 물의 접촉 상황으로 실험을 했다.

비록 열량계는 없고 디지털온도계는 고장 나서 비커와 시험관을 이용한 아날로그식 실험을 했으므로

다소 오차는 발생하였지만 오차 발생의 원인은 알려주었고(이것이 가장 중요한 과학하는 방법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넘버스 프로그램으로 멋지게 그래프로 그려서 알게 된 점과 함께 구글클래스룸에 올렸다.

매 시간 부여된 미션을 완수한 사람은 남은 시간 동안 시험 대비 공부를 하였다.

누가 열심히 공부하는지는 공부하는 모양만 봐도 귀신처럼 알 수 있다.

대부분 태블릿을 보고 넘버스를 이용한 문제풀이를 하며 수학 공부에 열심이다.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나 수학은 어려운 법.


그나저나 시험을 보고나면 2학년 야구부 몇 명이 해외 시합에 출전한다는데 어쩐다. 할 수 없다.

원래는 곧장 전류계 연결, 전압계 연결, 저항의 직렬과 병렬 연결에 들어가고

실험실을 오픈하여 개인 연습 시간을 충분히 주고 수행평가를 보려 했었으나

그들이 돌아올 때 까지는 마찰전기하고 자기력 부분을 먼저 진행하는 것으로 일정을 급변경한다.

학생 선수들에게도 학습권은 소중한 것이고(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중학생이다.)

전기기구의 연결은 실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내용이니 말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전기 부분의 수업은 그래서 중요하다.

생활과도 연결되어 있고 나와 가족의 안전과도 밀접하다.

목요일 창경궁 산책에서도 나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는 풍기대와

해시계의 원조격인 앙부일구를 살펴보고 왔다.

이래서 전공은 못 속이는 법이다.

알고 있는 것을 숨기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시험에서 아는 것을 실수했다는 것은 사실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이제 모두 일어나서 시험 공부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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