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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free Apr 15. 2024

수업 전 예약문자를 보내는 건에 대하여

신뢰도를 내진설계하자


제가 저번 수업 때
회원님과 상의해서 수업 예약한 건데,

회원님이 어플도 제대로 안 보고
수업 있는 줄 몰랐다고 하시네요


당일 회원 노쇼로 허탕 친 강사님이 나에게 넋두리를 했다

강사의 말이 맞다면 상호 협의 하에 예약을 했음에도 일정을 헷갈려 불참한 회원의 실수가 맞다

강사는 나에게 회원 노쇼건에 대해서 본인이 100% 페이를 받을 수 있도록 해결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회원은 완강하게 이번주가 아니라 다음 주라고 하였고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와중에 나로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원에게 수업 차감을 강요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기에, 앞으로의 재등록과 원활한 수업을 위하여 강사가 한 발 양보하는 편이 보기 좋은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나 : "강사님, 회원님에게 수업 전날 예약문자 안 보내세요?"

강사 : "네 안 보내요, 수업 끝난 직후에 바로 다음 스케줄 정해서 어플에 예약하고 있어요"

 : " 그렇군요. 회원님들 바쁜 경우가 많으셔서 번거롭더라도 하루 전에 예약 확인차 메시지 보내시면 강사님도 스케줄 정리하 편하실 거예요"

강사 : "저는 그냥 수업 당일에 다음 스케줄 정해버려요"

나 :....^^;


결과적으로 강사는 이번주 수업 약속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회원 앞에서 피력할 물증이 없었기에 그날 노페이로 한 타임을 날리게 되었다




00님 안녕하세요^^
오늘 몸 컨디션은 어떤가요?
좋은 하루 되시고 내일 00시 00분에 뵙겠습니다~



복붙 해도 되는 메시지가 그렇게 성가신일일까 다시금 생각에 잠긴다

보통 개인레슨의 경우 변경이 잦다

회원의 일상에 여러 변수들이 생기면 운동 스케줄은 차일피일 미뤄진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강사는 끊임없는 회원관리가 필요하다

강사에게는 꾸준한 수입원이 되고, 회원에게는 운동목적 달성에 가까워지니, 이것이야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닐까.



수업 예약문자를 보내는 업무는 대부분 강사의 재량으로 진행되며, 강사에게 필수적으로 지시하는 센터가 종종 있기도 하다

어떤 센터는 원장이 전날 수업의 피드백까지 장문으로 보낼 것을 지시하며 모든 개인 회원과 강사 톡방에 원장도 같이 껴있어 감시를 받았던 경우도 있었는데, 그건 과하다고 생각된다

그 당시엔 강제적인 지시로 의욕이 저하되었고 무엇보다 페이를 더 주는 것도 아니면서 매일 약 10명에게 장문으로 쥐어짜서 보내야 하는 게 곤욕이었다

그렇기에 현재 센터에서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업만 원활하게 잘해준다면, 회원의 컴플레인이 있지 않는 한 크게 터치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필라테스 센터는 수도권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강사 입맛에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쉬이 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상 수업 하루 전 메시지를 보내놓아야 회원에게는 알림 차 좋고, 강사 스스로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개인레슨은 센터가 강사를 믿고 회원과 1:1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때문에 당연히 매번 수업조율을 빌미로 회원과 소통을 잘하고 있을 줄 알았던 내 불찰도 있다

드물게 센터 관리자가 일괄적으로 개인레슨 하루 전 회원 전체에게 예약문자를 전송하는 경우도 있지만, 센터 관리자가 중간에 껴있으면 다급한 연락 시 내용 전달이 딜레이 되고 강사와 회원의 신뢰 형성을 방해하는 느낌도 있다



조금 수고롭지만 수업 전 예약문자는 강사에게 장점이 훨씬 많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며 회원님의 컨디션을 미리 체크하여 맞춤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업이란 결국 센터 시설, 가격, 위치 등 여러 가지 부분 중 '강사 만족도'로 재등록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강사의 회원관리는 매우 중요하며 그중 주기적인 연락은 회원님과의 관계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매 수업 숙제 동작 사진도 찍어주고 카톡으로 건강 관련 기사, 운동 방법 등 건강관리를 주제로 대화를 하다 보면 사소한 것들이 쌓여 강사의 관심과 애정으로 마음이 열린다

필수는 아니지만 재등록을 거듭하시는 회원의 경우 간단한 소도구를 선물해드리곤 했다

이쯤 되면 개인레슨 안 해도 혼자서 충분히 운동이 가능할 텐데 싶은 분들도 계속 재등록하게 되어 고정회원이 되었다



간혹 강사님들 중에는 정말 수업을 수업시간 딱 그 자체로만 생각하는 강사님들도 있다

타임비만 받는데 내가 수업 외적으로도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한편으로 강사의 정신적 피로감이 이해는 가지만 그런 마인드로 근무하는 강사의 직업수명이 대충 짐작 가곤 한다

나 또한 사람이기에 요구조건, 불평불만이 많은 강사보다는 밝은 에너지로 서로 배려하며 소통이 가능한 강사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고 편의를 봐주고 싶다



수업 후에 서로 다음 수업일정을 잡고 어플에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회원이 알아서 확인하여 잘 방문하겠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쁜 회원님, 나이가 많은 회원님 등 수업을 깜빡하고 안 나오는 경우 노쇼처리에 대한 여부도 애매해지고 강사는 강사대로 시간을 버리게 될 수 있다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수업 전날 문자 하나로 미리 다음날 스케줄을 확실히 픽스하는 것을 추천한다




필라테스 강사로서 공부할 것도, 현장에서 경험할 것도 많다

전문적으로 알아야 티칭 할 수 있기에 전문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난 개인적으로 99% 서비스직에 가까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시간과 비싼 수업료 내고 듣는 회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 한 스푼만 더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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