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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Aug 11. 2022

우리가 함께 하는 산책 시간

추억을 함께 쌓아가는 과정


강아지에 관련된 재밌는 일화를 들은 적 있다. 한 유명 동물 훈련사가 라이브 방송 때 강아지들에게 좋은 소리가 있다고 미끼를 던지면서 시작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밤 12시에 일어난 강아지들의 '산책 대소동 사태'였다.


그 동물 훈련사는 시청자들에게 스피커를 켜고 강아지를 부르라고 한 다음 나긋하게 "산책 갈까?"라는 마법의 문장을 입 밖으로 내뱉어버렸다.(밤 12시에...) 그 문장을 들은 강아지들은 어떻게 됐겠는가? 당장에라도 문밖에 뛰쳐나갈 듯 왈왈 소리를 지르며 주인을 보채기 시작했고, 결국 견주들은 목줄 or하네스를 챙겨 산책을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일화를 처음 들었을 땐 단순히 재밌다, 웃기다란 생각만 들었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왠지 모를 서글픈 이면도 분명 존재한다.


***

 대체로 강아지들은 (주거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집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매일 똑같은 장소, 똑같은 사람, 똑같은 생활 패턴 속에 유일한 예외이자 새로움은 산책뿐이다.


바쁜 현대인의 시간 속 반려견의 산책 시간을 마련하기란 빠듯하다. 매일 일정하게 산책을 함께 해야 하는 건 알지만 나는 아직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그래도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가을이를 가방에 넣고 함께 세상 구경을 가고 있다.


산책을 통해 이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가을이에게 시간이 지나면 우리 주위가 어떻게 각양각색으로 달라지는지 난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가을, 겨울, 봄, 그리고 지금 여름을 지나오면서  나무가 옷을 벗고 옷을 입는 그런 사소한 과정까지 이 아이와 나누며 우리는 추억과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


산책은 강아지들의 스트레스 해소이기도 하지만, 견주의 입장에선 강아지와의 추억을 또 하나 쌓아가는 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언젠가는 우린 헤어지겠지.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했을 때 봤던 모든 것들과
시간들은 영원히 남아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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