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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Aug 15. 2022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는 이유

노견과 살 때 느끼는 공포


강아지의 사람의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사람의 나이가 1살 더 많아지면 개의 나이는 약 10살 정도 많아진다. 결국 개의 1년은 우리의 10년 세월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개들은 자신의 생명을 대개 주인과 함께 하기 위해 애쓴다.


노견은 어떤가. 그들도 어린 개와 마찬가지로 주인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교를 부리고 아양을 떤다. 비록 몸은 약해지고 있더라도 살고자 하는 열정과 충성심은 여전하다. 


어떤 이는 말한다. 강아지가 나이가 들어 병원비도 많이 들고 키우기 힘들지 않냐고. 분명 힘든 점도 존재하지만 사랑스러운 내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뭉클함과 책임감을 느낀다.


요즘 들어 부모님이 자주 "강아지 키우는 건 가을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고 말하신다. 처음엔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아하시는 말씀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한 생명체가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점차 늙어가는 과정을 보는 과정이 꽤 힘드셨던 것 같다.


정이 들었지만 결국엔 나이가 들어 죽는 한 생명체를 키우는 것은 보통 책임감으론 힘든 일이었다. 이제야 부모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

가을이를 데리고 온 지 이제 곧 1년이 된다. 그동안에 가을이와 함께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일은 이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었다.


가을이는 현재 몸상태가 썩 유쾌한 편은 아니다.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싸고 잘 놀기도 하지만 늙어가면서 생겨난 병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가끔 내 옆에 누워있는 가을이의 숨소리를 체크하거나 가을이가 쥐 죽은 듯이 자면 죽었나 싶어 가을이의 이름은 미친 듯이 부른다.


눈을 끔뻑끔뻑하며 이 주인이 뭘 잘못 먹었나 싶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볼 땐 갑자기 안도감이 밀려와 바닥에 주저앉은 적도 있었다. 갑자기 내 곁을 떠나 어디론가 가버릴까 싶어 달려가 가을이를 꽉 껴안을 때도 많다.


아직 나는 쿨한 이별을 하기에는 덜 성장한 것 같다. 가을이를 언젠가 떠나보내야 하는 건 알지만 절대로 보내고 싶지 않다. 어린아이 같이 투정을 부리며 계속 가을이를 내 곁에만 두고 싶다.


***

가을이와 함께 잘 땐 난 가끔 가을이와 숨소리를 맞춰 본다. 색색 거리며 가을이가 숨을 내쉴 때마다 나도 함께 내쉬며 가을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가을이의 생명이 아직 다하지 않았음을 마음속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난 가을이와 함께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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