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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Aug 26. 2022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이별

자가격리 2일 차 견주의 이야기


오만한 생각이긴 하지만, 난 내 몸안에 슈퍼 항체나 코로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전자 세포가 있는 줄 알았다. 코로나 걸린 사촌 동생과 할머니를 직접적으로 접촉했음에도 전혀 감염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뉴스에서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 소리에, '그래 와볼 테면 와 봐라. 내가 걸릴 인물이냐'식으로 기고만장한 자세를 취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놀러 간 워터파크 때문인지, 아님 내 몸에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몰라도 그제부터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었다. 열이 높게 나서 움직이면 골이 띵하고 토할 것같이 힘든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엔 단순 몸살감기인 줄 알았다. 열과 온몸이 쑤시는 근육통은 전형적인 몸살감기의 특징이기도 했으니. 하지만 뼈 마디마디가 누군가가 쥐어짜듯이 아프고 머리가 터질 듯 어질어질한 걸 느끼면서 보통일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타이레놀 하나를 먹고 9시에 잠을 자려 노력했으나 머리가 너무 아픈 탓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넷플릭스를 틀어 아무 영화나 시청했지만 앉아있는 것도 버거워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겨우겨우 12시에 잠이 들었지만 새벽 4시에 잠이 깨고 나서는 더 이상 잘 수 없을 만큼 고열이 뜬 상태였다.


***

온몸이 어지러웠고 움직이기까지 버거워졌었다. 그 상태에서 가을이는 옆에서 배를 드러내고 잠을 자는 상태였다. 주인이 아픈 상황에서도 멋모르고 자는 녀석이 꽤 부럽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지만 가을이가 내 옆에 없으면 불안함이 더 극심해질 거 같아 가을이의 발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새벽 5시에 약을 하나 더 먹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주의를 환기시키려 노력했지만 머리가 어지러운 탓에 전혀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가을이는 내가 자신의 다리를 꼭 잡고 놔주질 않자 힘으로 뿌리치고 나서 내 발밑에 다시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너무 아파 이대로 죽을까 두려웠던 나는 쉰 목소리로 가을이의 이름을 계속 불렀지만 가을이는 묵묵부답이거나 하품만 쩍쩍할 뿐이었다.


7시에 겨우 가을이를 내 품에 안고 잠을 청하니 시간은 오후 8시 반이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밥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니 10시 20분. 사실 자가진단 키트를 3번 했는데 3번 다 음성이 나와서 독한 몸살감기인 줄 알아, 도대체 어떤 바이러스가 날 괴롭히는지 찾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어지럼증을 참고 병원에 도착하니 간호사 선생님들은 내 얼굴을 보고 "괜찮으세요?"라는 말을 먼저 하셨다. 그리고 체온 측정을 하니 38.7도. 전혀 정상적인 수치가 아니었다. 그 후 신속항원검사에서 난 양성 판정을 받아버렸다.


약을 짓고 집에 돌아와 가을이와 철저히 분리하는 일상을 시작해야 했다. 강아지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도 아프지 않다고 하지만 노견인 이상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잠시 이별을 해야 했다.


***

거실에 나갈 때는 페이스 실드와 마스크, 그리고 비닐장갑을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가을이는 물론 인간 바이 러스가 된 이상 그 어떤 것도 함부로 만지거나 쓸 수가 없다.


부모님 말씀으론 가을이가 내 방문만을 쳐다보고 방문 앞에서 애처롭게 앉아있다는 데 사실 나도 가을이를 껴안고 찐하게 뽀뽀하고 싶어 미칠 것 같다.


이제 자가격리 이틀 차지만 가을이가 그립다. 내 방만 나서면 가을이를 볼 수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그대 때문에 난 지금도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남은 5일은 어떻게 버텨야 할까. 벌써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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