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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Jul 28. 2022

순간의 선택이 강아지의 평생을 좌우한다

우당탕탕 초보 견주의 경험담


가을이와의 첫 만남과 재회, 그리고 가족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9년, 확실하게 강아지를 키우겠다 마음먹고 가을이를 데려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9개월이었다. 강아지를 데려온다는 건 그 강아지와 사람이 가족이 된다는 뜻이다. 고로 강아지의 인생이 나의 손에 달려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강아지에 대해 잘 아는 냥 떠들어대는 나도 처음에 가을이를 데려올 때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선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저 어깨너머로 배운 알량한 지식들만을 가지고 가을이를 키우겠다 마음먹은 거였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지'라는 오만한 생각이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가을이 모두를 힘들게 만들었었다.


강아지를 키울 때 발톱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산책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지, 중성화하지 않은 강아지가 어떤 병에 걸릴 수 있는지, 밥을 안 먹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등 강아지를 키울 때 중요한 지식들을 가을이가 오고 나서야 급하게 익혀 나갔다.


이렇게 부족하고 우당탕탕 초보 견주가 경험했던 일 중, 가을이가 우리 집에 적응했을 적 가장 힘들었던 일을 말해보려 한다.


강아지는 사람이
아닌 걸
간과했다.

우리 가을이는 어릴 적 화장실에서 배변을 하도록 훈련받아 화장실만 가르쳐주면 거기다 배변을 훌륭히 해냈다. 하지만 문제는 배변 시간이었다. 새벽 1시, 2시에 배변을 하면 그 독한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시켰다.


더구나 가을이는 배변을 한 뒤 누가 닦아주지 않으면 이불에 비비는 습관이 있어, 배변 후 얼른 가을이의 엉덩이를 닦아줬어야 했다. 잠을 자다 일어나서 가을이의 배변을 치우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었다.


조금 밉기까지 했을 정도로 가을이는 새벽 1~2시에 배변하기를 고집했다. 우리 가족은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채로 직장과 학교를 다녔다. 강아지 훈련 영상까지 찾아보며 가을이의 이런 습관을 고쳐야겠다 마음먹었었다.


엄하게 훈련시켜야겠다고 계획까지 했을 때쯤, 가을이가 우리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걸 보았다. 밤에도, 새벽에도 아직 익숙지 않은 공간에 불안을 느끼며 돌아다니는 가을이는, 낮에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것이다.


꾸벅꾸벅 조는 가을이를 보니 훈련을 시키기보다는 가을이가 이 공간에 편안함을 느끼도록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깜찍한 시간 동안 우리는 가을이가 언제 배변을 하든 불만을 갖지 않았다.

다만 가끔 점심이나 저녁쯤에 배변을 하면 크게 칭찬을 해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자기 전에 가을이는 꼬박꼬박 화장실에 간다. 우리가 막 숟가락을 들어 목에 음식을 넘기려 할 때쯤 가을이는 슬금슬금 화장실에 간다. "가을! 너 또 똥 싸러 가제?"란 핀잔을  던지지만, 이제는 모두가 익숙한 일상의 패턴이다.


사람의 시각으로 강아지를 평가하고 무작정 변화시키려 하는 건 문제라 생각한다. 물론 문제 행동이나 꼭 변화시켜야 하는 잘못된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훈련을 통해 바꿔야 하지만, 강아지를 바꾸는 것보다 먼저인 것은 강아지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젠 어디서든 숙면하실 수 있는 가을 할머니

강아지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고 우리를 감동시킬 때도 있지만 강아지는 본래 사람이 아니기에 우리와 다른 종족이다. 우리와 다르기에 서로에게 더더욱 이해와 교감의 시간이 필요하고, 더더욱 서로를 잘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유기견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강아지를 땅에 파묻어 버리기도 하고, 목줄을 채워 도망가지 말고 죽도록 만들어 놓는 사람 등 별의별 끔찍한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분명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강아지의 인생을 책임지겠다 약속한 것은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손이 많이 간다 해도, 귀찮게 느껴진다 해도 강아지의 인생을 책임지겠다 약속한 이상, 그 책임을 이행할 의무를 주인은 가지고 있다.


강아지는 생명이다.
당신의 장난감이 아니다.
한낱 유희 거리가 되기 위해
강아지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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