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utumn Jul 31. 2022

오늘도 너에게 난 위로를 받는다

마음 깊은 강아지


가을이와 함께 살게 된 지 얼마 안 되던 시점. 약 5일간의 집콕 생활을 마치고 외출할 일이 생겼었다. 가을이가 집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외출을 자제했지만 나갈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가을이를 처음 홀로 두고 나가는 거라 걱정과 불안감이나 나를 덮치고 괴롭혔다.


혼자 있을 때 가을이가 외로워하지 않을지, 새로운 환경에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했는데 내가 나가면 문만 바라보며 축 쳐져 있진 않을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왠지 모르게 이 아이를 홀로 두면 안 될 거 같다는 직감이 들어 나가기 직전까지 가을이를 껴안고 놓지 않으려 애썼다.


아무 근거도 없는 불안인 걸 알지만 내가 나가면 이 아이가 무척 슬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혼자서도 잘 놀던 아이라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게 좋아서가 아닌 학습된 홀로서기인 듯한 느낌이 들어 이 아이가 더 안쓰러워 보였다.


왜 그랬을까? 왜 나는 가을이가 갑자기 안쓰러워 보였을까. 가을이를 안으면서도 계속 생각을 해보았지만 답이 쉽사리 나오진 않았다. 그러다 가을이의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서야 문뜩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아이에게서
나의 어린 시절을
 찾고 있구나


부모님께서 일터에 가시고 외동이었던 나는 집에 홀로 있던 시간이 꽤 많았었다. 물론 게임, 만화영화, 책, 공부 등 여러 놀이에 통달한 나는 별로 외로움이란 걸 느껴보진 못했다. 하지만 내가 즐겁다고 생각한 그 순간들에도 사람의 부재는 꽤 큰 빈 자리였었던 거 같다.


집에 도어록 열리는 소리나 인기척이 들릴 때 후다닥 뛰쳐나가 가족을 맞이했던 기억을 돌이켜보고 가을이를 보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학원을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등 타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가을이의 세계는 오로지 우리 가족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 가슴이 콕콕 아파왔다.


'홀로'라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아이는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참았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인간에게 평생 헌신하는 강아지이지만, 정작 주인인 나는 같이 있는 시간을 제대로 내주지 못한다는 점이 너무나 미안했다.


처음으로 가을이를 두고 외출하던 날, 가기 직전까지 나는 눈물을 흘리며 가을이를 폭 안아주었다. 그게 가을이를 위해선지 나를 위해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눈물 한 방울 흘릴 때마다 어쩔 줄 모르며 내 얼굴을 핥아주던 가을이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너를 책임지겠다 한 건 나였으나, 결국 위로를 주는 건 너였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난 가을이의 품에 안겨 그저 엉엉 울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순간의 선택이 강아지의 평생을 좌우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