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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Oct 25. 2022

언제나처럼 평범한 우리 가족

가을이가 내 곁에 있는 건 기적일 거야


아침에 눈을 뜨면 동그랗게 말아서 잠을 자고 있는 가을이를 볼 수 있다. 언제나처럼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는 녀석은 주인이 학교를 가는지도 관심이 없는지 어기적거리며 침대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을이가 그렇게 빈둥거릴 때 나는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나가기 전 밥을 먹을 때가 돼서야 가을이는 슬금슬금 나타난다. 주인이 무언가 떨어뜨리는 음식은 없는지 강아지의 눈으로 날카롭게 쳐다본다. 아마 사촌동생들이 어려서 음식을 자주 흘린 탓에 생겨난 사냥 본능인 듯싶다.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으면 관심을 끄고 갑자기 화장실로 직행한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가을이의 장은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일 식사시간 때에 맞춰서 화장실에 가는 가을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구 리 구 리 한 냄새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없기에 하는 수 없이 일어나 쉬야를 먼저 치운다. 그리고 밥을 한 숟갈 뜰 때쯤 가을이의 응아 냄새가 온 집에 진동한다. 그러면 난 또 일어나 가을이의 응아를 치운다.


이렇게 가을이의 배변 활동과 나의 등교 준비는 약 1시간 20분에 걸쳐 끝이 난다. 그러고 나서 주인은 힘겹게 학교를 가고, 가을이는 집을 지킨다. 우리가 아무도 없을 때, 가을이의 보통 2가지의 행동을 할 거라 추측한다.

잠이 덜 깨서 멍한 가을이

첫 번째, 그녀는 잠을 잔다. 가장 푹신하고 뽀송하며 깨끗한 이불을 찾아 이리저리 헤맨 뒤 잠잘 자리를 정하고 이불속에 파고들어 잠을 잔다. 여름에도 따뜻한 곳을 찾는 그녀에게 가장 좋은 이불은 아주 두껍고도 부드러운 극세사 이불이다. 매번 밤마다 주인 대신 덮고 자는 그 이불을 그녀는 낮에도 덮고 곤히 잠이 든다.


두 번째,  그녀는 사냥을 한다. 전날 맛있는 치킨이나 족발 등의 고기류를 시켜먹으면, 때때로 뼈다귀가 휴지통 안에 들어가 있는 걸 가을이는 똑똑히 기억한다. 심지어 이튿날이 지나서도 가을이는 주인들이 자신을 빼고(?) 먹은 맛있는 음식에 분노하며 사냥을 준비한다. 아무도 없을 때 자신의 키에 닿지 않는 책상이나 의자에 올라타 휴지통을 가뿐히 쓰러뜨리고 그 안에 있는 맛난 음식을 쪽쪽 빨아먹는 게 그녀의 사냥이다. 기분이 너무 좋으면 집에 있는 모든 쓰레기를 다 찢어발기는 건 일종의 보너스다!


이렇게 혼자 놀다 심심해질 때쯤 되면 주인들이 돌아온다. 어쩔 때는 자신을 보고 너무 반가워하기도 하고, 경악을 금치 못할 때도 있지만 가을이는 항상 주인의 품에서 자는 걸 좋아한다. 주인의 배에 딱 달라붙어서 잠을 청하거나 장난을 치는 가을이를 보면 우리는 사랑을 안 줄래야 안 줄 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가을이와 장난을 치거나 과제를 한 뒤에는 곧 잠을 잘 시간이다. 가을이는 먼저 몸부림을 치지 않는 주인 곁에서 잠을 잔 뒤 몸부림이 잠잠해진 다른 주인을 살펴보고 그 주인이 깊은 수면 상태가 됐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이불을 빼앗아 잠을 청한다.


이런 우리의 일상은 벌써 1년이 넘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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