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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Dec 19. 2024

장사를 해 볼까 합니다!

굴비 만들기

굴비란,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


조기를 사러 시장에 갔다.

한 시간 걸리는 버스를 이용할까 하다가 주차장 찾기 귀찮아도 시간을 조금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자차를 선택했다.

다행히 공영주차장에 자리가 있었다. 주차를 하고 생선가게를 찾아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이른 아침이라 가격만 물어보고 안사면 시장상인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라 조심해야 한다.


“조기 얼마예요?”

“조기, 이거 어제까지 세 마리 만원 팔던 거야.”

“그럼 오늘은요? “

“오늘은 네 마리 만원에 줄게 가져가. “


가끔 반말을 해도 친근감이 있고 다정한 느낌을 받는 한국말이 있다.

하지만 오늘의 이 생선가게주인은 툭툭 내뱉는 기분 나쁜 반말이다.

“그럼 16마리 주세요”

“기다려!”

기다리겠다. 근데 끝에 느낌표가 느껴진다. 왜 불혹을 넘기고 이제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에게 저런 막무가내의 반말인가!

안 사면 된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 와서 쭈욱 둘러보니 저것보다 크기와 가격이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이럴 땐 얼른 사고 자리를 뜨는 게 상책.


나는 야무지게 주차권까지 획득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돌아오는 차에서 느낀 바로는 난 항상 이럴 땐 에피소드를 만들자라는 신조를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 불쾌한 말을 들었을 때,

그냥 한 귀로 흘리고 돌아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기분을 풀면 그 일은 에피소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불쾌한 일에 내가 지금 기분이 나빠졌다고 따져 들면 그 일은 사건이 된다.

그렇게 되면 두고두고 그 근처도 가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난 에피소드를 생선과 함께 가지고 집으로 왔다.


우선 땡땡 얼음처럼 얼려있는 조기를 큰 통에 넣고 자연해동해 주기로 했다.

조기를 굴비로 만드는 과정
(조기 한 마리당 220그램 기준)


1. 얼어있는 조기라면 우선 해동을 3시간 이상 해준다.
싱크대에 그대로 두면 자연해동된다.

2. 우선 조기를 한 번 씻은 후 비늘을 제거한다.
비늘엔 영양분이 없으며 입안에 들어가면 불쾌하다.
감자칼로 긁어내면 튀지 않고 잘 된다.

3. 해동 된 조기를 소금에 절여준다.
(총 3.4kg 생선 = 소금 600ml)

4. 생선이 잠길만큼의 물에 600ml 소금을 넣고 녹여준다.

5. 소금물에 조기를 담근 채 16시간 절인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6. 절인 조기를 건져내고 물로 씻어 소금기를 없앤다.

7. 채반에 밭쳐 물기를 뺀다.

8. 물기를 뺀 후 건조망에 넣고 2~3일 말려준다.

주의. 겨울에 해야 비린내가 안 나고 잘 마른다.

 이번에 생선 말리는 건조망을 하나 샀는데 기가 막히게 골고루 말려졌다.


잘 마른 굴비를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구웠다

앞뒤로 바삭해지게 뚜껑을 덮지 않고, 다만 기름이 튈 수 있으니 종이포일을 덮어주고 굽는다.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도 좋다.

조림도 해봤다


생선 조림
간장 3스푼
무 넙적 썰기
생강가루 1 티스푼
마늘 1스푼
고춧가루 1스푼
청양고추 2개
대파 1 뿌리


보글보글 생선조림은 기름에 구울 때보다 집안에 비린내가 덜 하다.


"정말 맛있다."

"맨날 육고기파라고 그러더니 생선 좋지?"

"정말 육고기랑 비교가 안된다"

"어머님꺼 따로 포장 해놨어. 주말에 가져다 드려"

"감동이다"

생선 네 마리를 하나하나 랩으로 감싸고 넓은 채반 하나를 다이소에서 샀다.

그리고는 보지기로 싸 예쁘게 묶었다.


"어머님이 좋아하실 거야"

"당연하지 얼른 다녀올게"


남편은 그렇게 보자기를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구순을 바라보는 본인 엄마에게 아이처럼 달려갔다.


내 아들이 나중에 아주 맛있는 무언가를 엄마인 나를 주기 위해 저렇게도 달려와줄까~?


남편의 정적이고 성실한 성격과는 정 반대의 성격인 아들이 그렇게 해 줄 것 같지 않아 씁쓸한 나의 뒷표정을 생각해 보니 우습다.


난 그렇게 2,500원짜리 조기를 10,000원짜리 굴비로 탄생시켜 뿌듯했다.


소금에 절이지 않으면 싱거워서 맛없을 생선을 소금에 절이고 겨울 찬바람에 말리면서 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빠, 저렇게 포장해서 팔면 어떨까?"

"그냥 우리끼리나 먹자"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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