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규 Jul 15. 2023

분수에 맞게 사는 게 자랑스럽다

 

저는 2009년 모닝을 중고로 200만 원 주고 사서 3년째 쓰고 있습니다. 200만 원 주고 샀기 때문에 부담이 없습니다. 물론 중고라고 고장 난 부분도 많고 고치는 비용도 3년 동안 100만 원 넘게 들었습니다.

중고차 산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지요. 고치는데 돈이 더 든다고요.

맞습니다. 고치는데 돈 많이 들었습니다. 200만 원에 사고 나서 이것저것 3년 동안 100만 원 더 들었습니다.


2년째 네 명의 가족을 끌고 다니면서 캠핑도 가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전국을 누비며 놀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본전은 뽑았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할부에 대한 개념을 배웁니다.

제가 대학생 때 처음으로 신상휴대폰을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10년도 더 되어 기억이 가물 가물하지만 아마도 70만 원가량의 휴대폰이었고 월 7만 원을 3년 약정을 하고 구매를 했습니다. 새 기계에 익숙하다 보니 약정을 끝내고 나면 또 새로운 휴대폰을 구매하고 월 7-8만 원을 내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나 매력적인 방법인가요? 고가의 휴대폰을 살 능력이 없음에도 월 7-8만 원만 내어도 신상을 들고 다닐 수 있다니 말입니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할부라는 개념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살 능력이 있다 없다는 할부로 살 수 있다 없다로 보게 됩니다.


이제는 더 이상 휴대폰을 할부로 사지 않습니다. 현금으로 사서 알뜰폰 유심침을 사용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나를 만나는 친구들이 작은 차를 타고 온 나를 만나면 부끄러워할까?

부모님 집 앞에 허름하고 오래된 차를 주차하면 부끄러워하실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접어버렸습니다.

'남들 앞에 자랑스럽고 떳떳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사고 입고 먹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불행의 시작이겠구나. 내가 가진 것을 넘어서서 뭔가를 가지려고 하다가는 그것들에 발목 잡혀 살아가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 진짜 자랑스러운 것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닝이 가 폐차될 때까지 신나게 세상을 누비며 함께 놀러 다닐 겁니다.

부모가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 아이들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 차는 빨간 무당벌레야."라고 신나 합니다. 그리고 다른 모닝을 보면 "우리 친구다!"라고 소리 지릅니다.


덜 가진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가진 데로 사는 것이 자랑스럽고 떳떳한 것이다라는 자세를 아이들에게도 물려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무슨 옷을 입고, 어떤 차를 타고, 어떤 집에 사는지가 아이의 가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체가 있는 그대로 귀하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당당하게 사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