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시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
대부분의 경우 소송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중차대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처를 함에 있어서는 너무나 허술하게 하는 모습들이 종종 보입니다. 이건 좋게 말하면 판사가 알아서 잘 판단해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기서는 최소한 이것만은 알고, 이것만은 지켜야 하는 사항에 대해 알아봅시다.
할 말이 있거나 입증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미리미리 제출하자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
그렇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민사재판의 변론기일에 말로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쌍방이 변호사인 경우는 빠르면 5분도 걸리지 않고, 소액사건은 1분도 안 걸리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서면 재판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할 말이 있거나 반박할 것이 있는 경우 준비서면이나 답변서 등 서면을 미리 제출하고, 입증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서증으로 미리 제출해 놓는 것입니다.
상대방은 제대로 서면으로 준비했는데 이에 대해 내가 말로 반박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말로만 하는 경우 그 말을 하는 시간만큼 변론시간 자체가 길어짐과 동시에 어차피 판사가 “여기서 말하지 마시고 정리하여 서면으로 제출하세요.”라고 하며 다시 변론기일을 잡게 될 것이니 사건 진행기간도 길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재판부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판사는 다시 “앞으로는 말할 게 있으면 서면으로 미리 제출하시고 증거도 미리 제출하세요.”라고 말할 것입니다.
형사재판의 공판기일의 경우에는, 조금 더 말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역시 민사재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리 제출한 의견서 등 서면이나 증거를 가지고 이를 읽는 수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니, 결국 미리 서면을 제출해야 하는 점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하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할 말이 있거나 입증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서면이나 증거를 미리미리 제출합시다.
여담입니다만 변호사라는 단어에 ‘변(辯)’은 ‘말을 잘하다’라는 뜻인데, 미리 글을 잘 써서 제출해 놓으면 판사가 질문을 하거나 하는 등으로 말을 해야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변호사라는 말은 바뀌어야 하지 않나 하고 우스갯소리를 해봅니다.
절대 지각이나 불출석하지 마라
지각이나 불출석하는 경우 다퉈보지도 못하고 패소하게 되거나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사재판의 경우, 특히 피고가 변론기일 전에 답변서나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은 채 출석하지 않으면 ‘의제자백’되어 원고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패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만약 원고가 불출석하는 경우 재판장은 보통 피고도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하여 ‘쌍방불출석’으로 처리하는데 이 경우 최종적으로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여 재판이 그대로 종료될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소액재판의 경우 피고가 답변서 제출 없이 불출석하게 되면 그 즉시 원고승소판결이 내려질 수 있으므로 피고 입장에서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형사재판의 경우, 경미한 사건 등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불출석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공판기일통지서를 적법하게 송달받은 상황에서 공판기일에 불출석하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지각의 경우 재판부에 전화해서 재판 순서를 바꾸거나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상대방이 기다려줄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등의 경우에 최종적으로 누가 그 위험을 부담해야 될 것인지를 고려한다면, 즉 이러한 경우에 나의 편의만을 봐줄 수 없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불출석은 물론이고 절대 지각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지각을 피하기 위한 꿀팁 들어갑니다.
당연한 것입니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원 근처에는 차가 밀리는 경우가 많고 주차장 이용 역시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전 10시에서 11시 30분,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는 특히 차들이 몰리는 시간대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담으로 만약 법정구속이 예상되신다면 차는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차에 먼지가 쌓이다가 견인되는 경우를 겪기 싫으시면 말입니다.
전자소송을 이용하자
민사재판의 경우 거의 전자소송화가 되었습니다. 전자소송을 이용하는 경우 사건 관리하기에도 편하고 서류를 잃어버린다거나 기일을 놓친다거나 하는 등 실수할 일도 줄어듭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점에서 전자소송의 경우 종이소송 보다 훨씬 편하고 재판부 역시 전자소송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가급적 전자소송을 익혀 전자소송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반면 형사재판은 아직도 종이기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2021년 9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가결되어, 이르면 2024년부터 형사재판에도 전자소송이 도입된다고 하니 역시 하루 빨리 전자소송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다만 형사재판의 경우 전자소송이 도입되기 전까지와 전자소송이 도입되는 경우에도 전자소송으로 진행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여전히 종이소송으로 진행될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민원실을 잘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민원실에는 각종 서식들도 있으니 또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답변을 하자
특히 민사재판에서 많이 일어나는 경우입니다만 당연히 판사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네, 네’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판사가 “X인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 없는 사실로 정리해도 되겠죠?”라고 물어봤을 때, ‘다툼 없는 사실’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 반드시 판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보고 내용을 이해한 후에 답변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만약 당장에 답변하기 어렵다면 “검토 후 서면으로 제출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방법도 있으니 섣부른 답변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판사의 말을 허투루 듣지 말고 판사로부터 권유나 요청 등을 받는다면 반드시 그에 알맞은 행동을 하자
예를 들어 판사가 “다음 기일까지 신청할 증거 있으면 신청하시고 주장 정리하세요”라고 말하였다거나 “변호사 선임을 한 번 고려해 보세요”라고 말하였다면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재판이 지연되고 있으니 빨리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봐야 할 것인데 그럼에도 가만히 있기만 한다면 그 불이익은 자신이 감당하게 될 수 있고, 후자의 경우 현재까지 진행된 것만으로는 이기기 어렵지만 주장을 잘 정리만 한다면 승소 가능성이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는 것일 수 있으므로 이 경우에도 가만히 있다가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타 당연한 것들
판사나 법정을 모욕하거나 폭언·소란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재판에 불리해질 수 있는 것은 물론 형법 제138조상 법정모욕죄나 법원조직법 제61조상 감치·과태료에 해당될 수 있으니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법정에서 무단 녹음을 할 경우, 법원조직법 제59조 및 제61조는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거나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감치와 과태료는 병과 가능)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민사소송에서 녹음이 필요한 경우라면 민사소송법 제159조 제1항(행정소송의 경우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이 이를 준용)에 따른 ‘변론녹음신청서’를 제출해보시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복장도 신경을 쓰면 좋을 것입니다. 판사도 사람이다 보니 나쁜 인상을 심어주면 좋지 않을 것이므로 재판에 가실 때는 가능한 단정하게 입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서면이나 증거는 미리미리 제출하자.
2. 절대 지각이나 불출석하지 마라(대중교통 이용 추천).
3. 전자소송을 이용하자.
4.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답변을 하자.
5. 판사의 말을 허투루 듣지 말고 판사로부터 권유나 요청 등을 받는다면 반드시 그에 알맞은 행동을 하자.
6. 법정 모욕, 폭언·소란 등 행위, 무단 녹음을 하지 말고, 복장도 신경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