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초등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잊는다.
국어는 듣기 및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교사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쓰기다.
수업 시간에 보통 생각을 이야기하는 1~2문장을 쓰거나,
교과서 진도에 따라 한 편의 글을 쓰는 경우가 있다.
교사 : 오늘은 여름방학에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을 써볼게요.
방학 때 한 일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 발표해볼 친구 손들어볼까?
길동 : 저요. 친구랑 같이 수영장에 갔었던 일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교사 : 그래? 수영장에 누구랑 갔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있어? 등등
간단한 소개와 함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지만 아이들은 다양하다.
1. 빨리 글 쓰기를 완료하고 친구에게 말 걸려는 아이
2. 빈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아이
3. 여름방학에 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없다면
안쓰면 안되냐고 질문하는 아이
4.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아이 등등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 학생들에게 다음의 일화를 들려준다.
"노인과 바다 등의 글을 쓰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라는 작가가 있어.
노벨 문학상은 세상에서 글을 제일 잘쓰는 사람한테 주는 상이야.
그런 대단한 작가인 헤밍웨이도 자기가 쓴 글을 보면 별로라고했어.
에? 무슨 말이냐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글이 별로냐고?
아니야. 처음 쓴 글이 가치가 없다는 거야. 헤밍웨이는 어떤 글을 썼을 때는
50번이나 고쳐썼다고 했어. 그렇게 50번 고쳐짐을 당한 글이 좋은 글이 되어서
노벨 문학상도 받은거야."
"처음부터 완벽한 글은 없어.
위대한 작가도 50번은 고쳐써야지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온다는데,
우리는 아직 위대한 작가도 아니잖아. 여러분은 아직 학생이야.
처음부터 완벽한 학생이면 학교를 다닐 필요도 없지.
연습하고 고치고 다시 쓰고 하기를 반복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어."
글 시작을 망설이는 학생 중에서는
완벽한 글을 써야된다는 강박에 갇힌 학생들도 종종 있다.
30분의 시간 동안 10문장 이상의 글을 써야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준다.
그럼 30분 동안 생각에만 빠져서 한 글자도 안쓰는 경우도 있다.
교사 : 길금아? 왜 글을 안쓰고 있어?
학생 :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교사 : 여름방학에 뭐했는데?
학생 : 집에만 있었어요.
교사 : 그래? 집에서 뭐했는데?
학생 : 뭐, 게임도 하고 티비도 보고 그랬죠.
교사 : 그래? 무슨 게임을 했는데?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했어? 어떤 내용의 게임이야?
게임하면서 뭐했을 때 기분이 좋았어? 레벨 업? 아이템 찾았을 때?
친구들한데 길금이가 한 게임의 재미있는 것을 소개하는 글을 써볼까?
아니면 지금 선생님한테 말한 것을 더 자세히 풀어서 써도 좋고
일단 써봐! 쓰고 마음에 안들면 고치면 되지. 일단 한 글자라도 써봐.
시작이 절반이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시작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슬로우 스타터도 있다.
그래서 강요하지 않는다. 권유할 뿐이다.
30분 정도의 글쓰기 시간을 주면
학생에 따라 10분 정도 소요되었을 때 글쓰기를 완료하는 학생도 있다.
물론 그때까지 한 글자도 못쓰는 친구도 있다.
글쓰기 과제를 부여하고 10분 후
교사 : 글쓰기를 완료한 친구들은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고 고쳐써보세요.
다 쓴 친구랑 서로 바꿔서 고쳐 쓸 점을 알려줘도 좋아요.
아니면 선생님한테 고쳐 쓸 내용 알려달라고 해도 좋고요.
1~2학년의 경우 글을 다 쓴 친구들이 앞에 나와서 줄을 선다.
친구에게 보여주기는 싫은가보다.
이상하게 각자의 자리에서는 친구에게 장난치고 시끄러운 아이들이
앞에 나와서 줄을 설 때는 얌전해진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교사의 수정을 기다린다.
5,6학년으로 갈수록 교사의 수정을 바라지 않기에
그럴경우에는 강제성을 두고 친구와 글을 교환해서 보게한다.
초창기에는 그냥 고칠점 알려주라고 했더니,
친구의 말에 상처받는 학생이 생겨서
그 뒤로는 친구글의 칭찬할 점도 꼭 이야기하라고 했다.
30분의 시간이 완료될 때까지도
글쓰기를 완료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괜찮다. 걔는 글쓰기가 숙제로 나가니까.
느리게 시작하고 싶다는데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간 중간 생각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날도 있지만
다른 학생들도 있기에 그러지 못한 날이 더 많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완료하면 되지 아니한가?
글을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퇴고의 힘을 믿는다.
시작하기를 어려워말아라. 일단 시작해라. 그리고 고쳐라.
그것을 꾸준히 반복해라. 그러면 당신의 글도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내 글이 별로 좋지 않다면,
퇴고를 많이 못해서다. 미안하다. 고쳐쓰겠다.ㅎㅎ